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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17] 낭만

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by Be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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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의 나 그리고 8년 후의 나

이 글은 8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2017. 05. 22 ==

가슴이 뛰는 대로 살고 싶다. 마음이 펼치는 길, 그 길로 걸어갈 것이다. 진실과 성실함이 묻어나는 길, 삶의 청렴함과 담백함에 가까운 길로 나아가고 싶다. 지금을 즐기면서 기쁨과 평화로움, 열정을 느끼고 싶다. 그동안 살면서 잘못된 환상에 갇혀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었던 날들... 그런 날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회를 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거짓으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살아있는 말을 하고 살아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막연하게 살고 싶지 않다. 예전에 어디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한 개인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나는 개인이다. 개인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기 힘든 존재다. 하지만 내 스스로 나를 그냥 개인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말과 글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개인이다. 단순히 허망한 글과 말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정말 바꾸고 싶다. 무엇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며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랑하고는 선을 긋고 자유롭게 살 것이다. 자유로운 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의 길을 갈 뿐이다. 나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삶의 의미를 더하며 소중한 것들을 매순간 기억하고 인식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지금의 감정과 느낌을 버리고 싶지 않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버리고 새로운 즐거움과 희열을 느낄 준비를 해야 한다. 난 정말 치열하게 살 것이다. 조무래기처럼 살지 않고 거인처럼 살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것이며 제대로 살고자 노력할 것이다. 조용한 날은 없다. 정말 내가 처한 문제와 '인간'이라는 코드를 풀기 위해 밤낮없이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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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04. 06 ==

8년 전,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책과 글에 빠져 살았던 젊은 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생각없이 글만 쓰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살아가야 하니 공부와 글쓰기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난 젊은 날부터 내가 걸어가야 하는 정신적 루트를 계획하고 있었다. 적어도 정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 성숙함을 가지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내가 향후 앞으로 걸어나가야 할 길이었다. 내가 결심한 길이었기 때문에 이 길에서 좌우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복잡하고 휘황찬란한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몇 번을 넘어질 수도,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8년 전 대학생인 나는 직장경험은 없었지만 직장을 다니게 된다면 그래도 이것만큼은 잘 지켜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정신적 루트를 잘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꾸밈 없는 삶, 살아 숨쉬는 삶. 난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말과 글로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삶을 원했다. 나의 고민, 관심사, 일상 등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우연치 않은 기회가 생겨서 브런치스토리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글로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단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이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골방, 카페에서 글쓰기로 하루를 보냈던 수많은 날들. 지나왔던 날들이 어떻게 보면 하나의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라... 그때는 그랬다. 그저 열정과 패기만 있다면 말과 글로써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기반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능력도 한참 부족했던 이상을 꿈꾼 청년 나그네가 던진 공허한 문구였을까? 그런데 요즘들어서 느끼는 게 있다.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말과 글은 곧 내 삶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한 평가와 인식을 스스로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부정적인 말과 글로 삶이 채워진다면 아무리 현실이 각박하다 한들 희망과 기대감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변화는 자기가 느껴야 한다. 근데 변화를 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인식을 잘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평가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자기 삶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 대하여 구체적인 교육을 받아볼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기 삶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공부하고, 취업하고,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삶과 실제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괴리감을 느끼거나 후회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뭐 돈을 많이 벌고, 여자를 많이 사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이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늘 뭔가를 탐구하고, 배우고, 물음표를 지속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으며 새로운 즐거움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치열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했을 때 아마도 그 치열함과 새로운 즐거움, 희열이라는 것은 말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사실 50대가 되었을 때, 60대가 되었을 때의 나의 삶을 종종 떠올렸다. 그것도 20대 때 말이다. 다들 놀고 즐기기 바쁠 때 나는 내 노후를 생각했다. 노인이 되었을 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를 떠올렸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돈도 돈이지만 건강과 커리어에 대해서도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고 절제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노후에 대한 투자를 돈이 아닌 일상의 규칙적인 생활패턴과 장기적인 커리어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역설적으로 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면 돈이 쉽게 안 모였다. 그런데 돈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나니 차츰차츰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취업을 하고 돈을 벌게 되면서 내 이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10억이 필요하다, 100억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막상 10억, 100억이 있어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거나 과소비를 하여 허공에 날리는 경우도 있으니 진정 살아가기 위해서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일 수도 있다.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돈은 고스란히 빠져 나간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8년 전, 나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사랑에 대한 관심을 접고 주구장창 글만 작성했던 날도 있었다. 연애보다 글쓰는 게 더 좋았다. 나는 그때 글과 사랑에 빠져 있었다. 여자보다 글이 더 좋았다. 왜냐하면 글을 쓸 때 마음이 너무 편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진정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개발할 때와 글쓰기를 할 때였다. 개발이 경제적인 면을 담당한다면 글은 나의 정신적, 영적인 면을 담당했다. 일상의 매순간과 시행착오를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느낄 수만 있어도 그 삶은 이미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난 내 이상을 안다. 그것은 내가 원했고 또 원했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원했기에 기회가 왔던 것이고 지금까지도 영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조용한 날은 없다. 그 대신 자유롭고 매순간 이상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은 더 많아진다. 난 그냥 나의 길을 갈 뿐이다. 나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삶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들고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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