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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19] 생존

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by BeWrite


8년 전의 나 그리고 8년 후의 나

이 글은 8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2017. 06. 28 ==

한 가지만 공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능력이 한 분야에만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 유리하다. 당장의 어려움과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는데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한 가지 이상의 능력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방법, 경청하는 방법,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상황에 따른 대처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배운 적은 없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문제풀이 머신으로 살아간다. 대화의 질은 떨어지고 상황에 맞는 말과 유머를 쓰기 보다는 욕과 알 수 없는 의미의 단어가 대화 전반을 지배한다. 요즘 아이들은 그야말로 말과 글의 무법천지 가운데서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른 채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대학은 고등 교육의 연장선이 돼버렸다. 새로운 변화가 아닌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법부터 배운다. 창의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복제 교육이 자행되고 제대로 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사회로 나가 정처없이 방황하며 자신의 앞날에 불안해 한다. 세상에 이런 무지하고 어리석은 시스템이 어디있나 싶을 정도이다. 인성 교육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고전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진로가 학원과 부모, 몇몇 어른들에게 구속된 아이들과 학생 그리고 청년들의 앞날을 짓밟으려는 음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 그대로 참혹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존의 공부 방식에서 탈피하여 과거 위인들이 활용하였던 공부법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 고전 중심의 공부, 주인으로서의 공부, 리더와 경영자로서의 공부가 절실한 것이다. 만일 이런 식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앵무새처럼 모방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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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04. 13 ==

8년 전, 답답한 마음을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여기저기 작성했다. 개인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했던 지난 날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군 복무 때 처음 접한 철학에서부터 시작된 독서와 필사는 내 인생의 시야를 넓혀주었고 그로 인해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왜 나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까?', '왜 이렇게 자기만의 특징이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그야말로 반복의 연속이었다. 일어나면 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었다. 수업이 끝난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일정의 시작이었다.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하며 부족한 내용들을 공부하거나 야간자율학습을 통해 문제풀이를 이어나갔다. 중고등학생은 문제풀이 머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맞았다. 마치 모든 문제를 척척 풀 수 있는 것마냥 내 오른손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시절에 잠을 줄이면서 공부를 했던 것일까? 과연 그 길만 최선이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질문들은 계속됐고 대학을 들어가서도 변함없었다.




입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지만 정작 자기 전공을 살려서 직장을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음을 알게 되고 나니 더더욱 허무주의에 빠졌다. '뭐야... 이럴 거면 왜 대학을 가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흠... 어떻게든 좋은 대학을 입학하면 좋은 직장은 보장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로드맵을 꿈꾸며 대학에 들어왔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들어가면 중고등학교와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아무리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라고 하지만 강의도 본인이 신청을 해야 하고 학점 관리 역시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만큼 의존도가 줄어들고 독립성이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까지 뭔가에 의존하면서 계속 달려왔는데 대학에 들어가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익숙한 위치와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1학년은 무조건 놀아야 한다는 주변 얘기를 들으며 위안을 삼았지만 공부 역시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독립을 처음 경험하는 시기가 대학을 들어갈 때 부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가서 쉽게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을 종종 봤다. 주구장창 공부만 하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못하거나 단체활동이나 모임을 기피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공부를 해서 대학을 들어는 왔지만 사실 그 공부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였을 뿐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공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점수를 잘 받아서 어느 정도 기준과 커트라인을 통과하여 모두가 원하는 서울권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피땀어린 노력에 대한 보상. 하지만 그 보상의 효력은 대학을 들어가고 한 주가 지나면 사라졌다. 졸업을 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어느 순간 학점을 잘 받기 위한 공부를 한다. 아... 결국 이번에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학점은 학생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성실성과 책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학점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학점에 치우친 나머지 정작 자기 안에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지도 못한 채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취업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솔직히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지금이야 퇴사나 이직 문화가 그나마 자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도전을 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고 그 도전 역시 뭔가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무대포로 도전하다가는 100% 실패이니 말이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능력이 특정 분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 공부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릴 수도 있는 공부가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한 가지 씩은 꼭 있다. 그걸 어렸을 때 찾는 사람도 있고 대학에 들어가서 알게 되는 사람도 있다. 하다 못해 직장에 들어가서 자기 잠재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자기 안에 뭔가가 있음에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없다. 앞으로는 자기 만의 뭔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존할 수밖에 없다. AI는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시험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AI의 영향력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도입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그동안은 교육제도에 충실하고 주어진 기준에 맞춰서 공부를 하면 좋은 직장과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면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큰 것을 만들어나가는 공부를 해야 봄같이 따뜻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도전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지금은 도전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하는 삶만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될 것은 분명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에 알고 있던 높은 가치의 개념과 문화들이 어느 순간 구시대적인 것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도전을 통한 시행착오가 많은 사람일수록 존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실패를 수용하지 않는 사회는 100% 망한다. 개인의 도전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너지는 그만큼 더 커진다. 단순히 한 가지만 잘하는 것이 아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다방면으로 공부한다면 예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2000년대의 생존 방식과 2010년대의 생존 방식은 더 이상 2020년대에 들어와서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2020년대의 생존 방식이 2030년대, 2040년대에 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제도와 유행은 근본적으로 정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유행은 설계자와 공급자가 만드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의존도의 영역을 넓히는 공부가 아닌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공부가 곧 생존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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