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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Feb 12. 2024

자녀교육과 관계성 : 커뮤니케이션, 협력, 네트워킹

학부모의 협력적 주도성

 우리는 늘 타인과 소통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과도 소통을 하죠. 어느 날, 저녁시간에 TV를 보는데 그날 따라 방송들이 하나도 재미도 없고 핸드폰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나이를 먹어서 서러운 것일 수도 있고,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월요일의 시작에 대한 부담감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이 감정이 싫다면 원인을 찾아야겠죠. 나 자신과의 대화 역시 의사소통입니다. 


 아이가 말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아이와 매일 오밀조밀하게 소통합니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가 충분히 그 정보 학습한 뒤 반응을 살피죠. 아이가 자람에 따라 의사소통의 양과 질이 향상되고, 아이는 책과 신문, 뉴스와 같은 새로운 소통 매체를 접하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갑니다. 


 좋은 관계성은 의사소통을 증진하고 학습에 골고루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아이가 열권의 책을 선물받았다고 가정해보지요.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아이가 읽기엔 영 재미가 없는 겁니다. 그럼 관계성이 트이지 않은 아이는,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읽을 이유를 굳이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고 의사소통의 폭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관계성이 좋은 아이는 선물받은 열권 모두 소중히 여기면서 모두 읽어보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선물해준 사람들의 성의에 답하는 엽서를 일일이 써서 선물하고, 그 안에 이 책이 왜 좋았는지에 대한 감상도 담을 수 있겠지요. 답례를 받은 사람은 아이가 책을 즐겁게 읽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또 책을 더 골라줄 것입니다. 


 이렇게 관계성에 따라 의사소통과 학습의 성과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납니다. 학교에서도 좋은 관계성으로 열심히 질문을 하는 아이가 있고, 선생님에 대한 호오 없이, 과목에 대한 큰 차별 없이 여러 수업에 두루 잘 참여하는 아이가 있지요. 


 우리는 말을 통해 지식을 얻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은 배움에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소통 능력에 따라 읽을 수 있는 책의 수준도 달라지죠. 그리고 아이를 기르고 공부를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도 이것이 필수입니다. 아이를 설득하고 내면에 있는 고민을 이끌어내며, 아이의 자존감을 공고하는 것, 이런 자녀교육 활동에 의사소통 능력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주의할 점은 의사소통 능력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사소통 능력은 서로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100% 상대방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경청 역시 의사소통 능력에 포함되죠. 어느 한쪽에 말주변이 부족해 표현하지 못할 때, 좋은 관계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것을 알아듣고 문제점을 해결해줄 때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으로 상황을 극복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의사소통이 다양한 차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 자신과의 의사소통도 중요하고, 1:1 의사소통, 집단에 따른 의사소통, 대중매체에서의 의사소통,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의사소통 등 매우 다양하죠. 이런 여러 영역에서 두루 잘 소통할 때, 우리 아이는 큰 배움과 성장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을 것입니다.


협력과 상황 통제


 우리는 아이의 배움의 길을 더불어 걸으며 협력합니다. 우리가 성취해야 하는 것이 아이의 주도성을 돕는 협력적 주도성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다중지능과 역량 영역에서는 성장할수록 이 협력, 그리고 그것이 내포하는 상황 통제 능력이 매우 큰 중요성을 갖습니다. 


 협력은 우선 좋은 의사소통능력을 전제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의사를 교환함으로써 공통의 목적에 빠르게 합의해,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협력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이익과 갈등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이것은 리더십과 대규모의 의사소통 능력, 다양한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 상충하는 이익을 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결단력과 산술적 능력까지 참으로 여러 가지 능력을 포함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처럼 분업이 중시되기보다는 스마트폰과 같이 여러 부서가 협력하여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 융복합이 산업 표준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이런 능력을 대학에 요구하고,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선발할 때 갈등관리와 협업에서의 잠재력을 지닌 아이들을 뽑고자 합니다. 


 갈등관리와 상황 통제를 지적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바둑과 비교해보면 알기 쉽지요. 여러 사람이 관계된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사람들의 입장을 파악하고 상황이 종결될 때까지 시시각각 관측해야 합니다. 대국에서 프로 기사들이 수십가지 경우의 수를 기억해두며 바둑을 두듯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경우의 수 안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창호 9단 이후로 프로 바둑 기사들은 젊은 시기에 전성기를 맞는다고 평가받는데, 이것은 바둑에서의 수읽기가 가장 뇌가 활발하고 건강한 젊은 시기에 잘 되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만큼 바둑과 유사한 갈등관리와 상황 통제가 고차원적인 지능을 요구하는 일이란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와의 협력을 위해서도 마찬가지 능력을 보이고자, 의지를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 한사람 뿐만 아니라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 학교 선생님, 반 친구들, 다른 학부모들까지, 아이가, 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공동체적 문제, 갈등, 협력의 과제가 수두룩하지요. 


 아이에게 협력적 태도를 키우도록 하는 것은 공부할 시간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체험해보며 거기에 어떤 이익과 갈등이 끼어있는지, 그런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해결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방식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 아낌없이 아이가 다양한 협력 상황에 참여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소통과 협력, 네트워크가 하나의 관계성에서 묶이듯 협력을 중심에 놓고 볼 때, 주변인과의 네트워크가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사소통 능력은 그 자체로 협력에 기여하기도 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통해 함양되는 지적 요소가 협력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이 세가지가 상호작용하며 배움에 기여하는 것이죠. 


아이를 위한 사회적 관계망그리고 관계성


 마지막 네트워크는 아이를 위해 우리가 구성해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과, 그 관계망을 통해 학습해 아이가 스스로 구축할 자신의 관계망, 아이의 관계망에 대한 우리의 조력까지 세가지 차원을 모두 아우릅니다. 자녀교육을 위한 네트워크는 협력과 의사소통 그리고 지능과 학습, 모두가 반영되는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죠. 이 관계망이 자녀교육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우리는 앞서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의사소통과 협력, 네트워크가 통합되어 형성되는, 나와 아이의 관계성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우리의 협력적 주도성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계성에 있어서 열린 태도가 핵심입니다. 편향 없이 모든 사람, 모든 메시지를 골고루 수용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의 다중지능과 역량을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가장 큰 요소가 뭐였죠? 참여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지식 요소들입니다. 열린 태도는 생각의 필터로 걸러지는 정보를 최소화하며, 나 자신의 주관도 확고히 지키면서 여러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좋은 인지능력과 공감능력, 이해력 등이 갖추어져야 열린 태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좀, 우리 말을 듣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열린 태도를 갖추도록 해야겠죠? 그런데 열린 태도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존중과 많은 참여의 경험을 통해 얻어집니다 단지 지적 능력이나 민주적 가치관, 또 협력의 의지만으론 실제 협력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다양한 상황이 현장에선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처음엔 우리도, 아이도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마음에 품고서 그러한 갈등상황이나 협력과제에 참여를 해보아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사람의 이익이 충돌하고 견해가 부딪히는 것을 경험하며 적절한 대처방안을 익히고 얼마나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지를 몸소 경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계성은 우리가 속한 준거집단과 그 문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좋은 사람과의 관계, 좋은 문화를 찾아 맹모삼천지교를 하듯 찾아다녀야 합니다. 좋은 관계망 속에 들어가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고,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안다면 그들 집잔에 보다 수월히 융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약간의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지만, 관계성은 곧 체험입니다. 이런 극복의 경험 없이는 다양한 상황을 접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수준의 리더십을 구축할 수 없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관계성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워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영역에서 물꼬를 트면 다른 영역으로 쉽게 쉽게 전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나 개인의 관계성을 향상시켰더니, 놀라운 수준으로 아이와의 소통, 학교에서 다른 학부모들과의 협력이 향상됩니다. 아이의 관계성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더니 참여가 향상되며 빠르게 여려 활동에서 자신의 기능과 역량을 발달시킵니다. 이것이 관계성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일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을 아우를 수 있고, 그들과의 관계를 잘 가꾸고, 공동체의 행동 목표를 잘 세워 실천해나가는 훈련이 되어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요? 학교와 생활 공간에서 좋은 역량을 갖추었다고 평가받을 확률이 높고, 아직 역량이 발화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금새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관계성의 씨앗이 이미 뿌려져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되도록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기르길 원하고, 가르친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능력”까지입니다. 예측불가능한 상황, 다양한 사람들의 갈등이 얽힌 상황을 직접 아이가 경험하고 복잡한 상호작용의 그물망에 뛰어들어가야, 비로소 관계성의 세 요소를 활용하며 학습의 질적 상승을 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한 공동체 활동에 아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되, 아이가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도성 없이는 공동체 활동에서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상당히 제한됩니다.

 

 관계성은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의 맥락을 헤아리고, 하나의 큰 줄기에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함께 담을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을 통해서 발전됩니다. 경청하되 타인에게 경도되지 않는 명확한 가치판단의 기준, 타인과의 갈등을 견딜 수 있도록하는 배려심과 인내심, 균형잡히고 효과적인 언어 사용까지. 정말 꼭 우리와 아이가 꽃피워야 할 덕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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