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존 Jan 12. 2020

언니 긔 꺼내주나?

나의 고향 충청도

 외가는 태안이다. 삼성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이 기름 유출했던 그곳 맞다. 자연산 대하, 아나고, 쭈꾸미 등과 함께...온 국민의 영양만점 밥도둑 꽃게가 나는 그곳이다. 동백꽃 필 무렵의 옹산 간장게장 골목도 대략 태안 근처 어디쯤으로 추정한다. 태안엔 맛있는 간장게장 정식을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태안도 사투리가 있다. 가자미는 갱개미라고 부른다. 바다 향이 물씬 나는 갯가제는 "뻥"이라 부른다. 뻘에서 잡아낼 때 뻥 하고 튀어나와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물론 어느 도시나 사투리는 있는 법이고 표준어라는 것 또한 20세기 서울사투리에 불과하지만...태안에서는, 꽃게를 무려, "긔"라고 부른다.


 그 발음은 느릿한 충청도 답게 "그이"와 "긔" 사이의, "그이"쪽으로 2/3 정도 치우친 발음 영역에 형성되어 있는데,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서도 한번 그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자매들 중에 우리 엄마를 포함해 두 분은 도시로 나오셨고, 동생 두 분은 태안에 남아 평생을 사셨는데 제법 찐한 태안 바다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 그나마 여성분이라 좀 억양이 덜하신 정도. 


 대략 군대를 다녀온 뒤 쯤, 외할아버지 제사라 엄마와 함께 내려가서 저녁을 먹는데 셋째 이모가 불쑥 말했다.


"언니 긔 꺼내주나?" (꺼내줄까?)

"어 좋지 꺼내와야지."


 큰 이모가 큰 소리로 답하셨고, 셋째 이모는 냉장고로 홀홀 가서 큰 통에 든 간장게장을 들고 와 즉석에서 손질해서 상에 올리셨다. 그리고 엄마와 이모 두분은 차례로 "긔"가 짜다, "긔"가 실하다 등등...내 귀에 생소한 음절을 두두둥 박아넣으셨다. 엄마도 도시에 나와서 살면서 보통은 "게"라고 발음하셨고 나도 그렇게 알아왔는데 엄마도 고향에 오셨으니 이모들이랑 박자를 맞추신다. 


 그렇다. 긔다. 어? 기네? 기다. 긔다. 


  지금도 매년 한번씩은 외가에 가고, 셋째이모님 댁에서 다 같이 하루를 묵는데...늘 자매들을 위해 이모는 알이 꽉 찬 게장을 상에 올리신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태반인 시대에 고스란히 충청도 두 곳에 고향을 두고 사는 나는, 오늘 저녁엔 셋째이모가 엄마에게 보낸 생물 고등어를 받아와서 손질해 조림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개의 항아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