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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n 01. 2021

태동은 또 다른 입덧의 시작이었음을

동백꽃 필 무렵(16)

 20주차가 되어 맞춤맞게 태동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바깥양반은 꼬물꼬물 꼬물꼬물 뱃속이 근질근질하긴 한데 이게 태동인가 긴가민가 하시더니, 맘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보고 그것이 태동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런 긴가민가하는 감각도 하루 이틀 지나서는 꿀렁꿀렁 꾸물꾸물, 아주 확실하고 명확한 감각으로 확장되었다.


 바깥양반이 아침에 출근을 해서 자리에 앉으면 얼마 안되어서 태동을 시작한다. 오전에 활발하게 움직인다. 엄마가 깨어나서 다니는 것에 자극을 받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동백이가 조금 활발해지면 바깥양반의 입덧이 확 도진다. 저번주에 입덧이 거의 가라앉아 한동안 끊었던 쌀밥도 먹기 시작하고 입덧약도 이제 먹지 않고 있었는데, 그 바람에 확 바깥양반이 헛구역질이 올라온단다. 


 덕분에, 우리의 화기애애하고 아름다웠던 태동과 태담은 아직은 여전히 상상의 영역으로만 남아있다. 나는 바깥양반의 부푼 배에 귀를 대고 한참 기다려보기도 하고 손을 내내 대고 기다려보기도 하지만 아직 배 바깥으로 진동이 전해지진 않는다. 내가 손을 대고 있는 그 아래로는 한창 꼬물대고 있다는데, 과연 언제쯤 나도 그 작은 꼬물거림을 촉감으로 느껴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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