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아기를 재워 눕힌 젊은 엄마가
뜨거운 태양 아래 삽질을 합니다.
미얀마 남쪽 바간이 고향인 그녀는
일을 하러 추운 북쪽까지 왔습니다.
그녀의 고향은 털옷을 팔지 않아요.
입김이 서리는 커피농장의 추위는 매서웠지만
이곳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어여쁜 아기를 낳았지요.
그녀는 체리를 따고 잡초를 뽑으며
보름날과 장날엔
그을린 얼굴에 따나카를 바르고
오토바이를 모는 남편 뒤에 앉아
나들이를 합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남동생 학비를 보태주고
귀가 먼 어머니 약값도 부쳐주고
통장에 저금도 하면서
붉은 체리 달린 커피나무 아래
그녀가 삽니다.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가는 길에 나유가 친구를 태워가도 되냐 물어서 오토바이 택시를 잠깐 세우고 체리란 길가에서 눈이 동그랗고 얼굴이 조막만한 이쁜 아가씨를 태웠다.
나유네 동네서 살던 동생 유케티.
유케티가 사는 동네는 바간 근처인데 워낙 더운 지방이라 물을 퍼서 계속 대주지 않으면 농사가 어렵다.
사막화 되어가는 지역이다 보니 일거리가 없어 대도시나 고산지대로 일을 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고향을 많이 떠나온다.
유케티나 나유가 사는 동네의 버마족들은 키가 크고 늘씬하며 두상은 작고 팔다리가 길어 미인 미남이 많다.
유케티도 아주 예쁜 아가씨였다.
유케티는 라면집에서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농장에 와서 일해도 되겠냐고 나유를 통해 물어왔다.
유케티는 라면집에서 누군가의 소개로 예코코와 사귀게 되었는데 그 두 사람은 서로 미래를 약속하고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농장으로 찾아와 비료창고에서 잠을 자며 일하고 싶다고 해서 요한이 거기서 잠을 자면 안 된다고 만류하여 부랴부랴 방을 늘렸다.
그래도 사랑하는 젊은 남녀를 비료창고에서 지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 나와 요한은 한국에 있어서 예코코를 직접 면담하지 못하고 화상으로 보게 됐다.
유케티는 열 일곱인데 예코코는 스물 여섯이라고 하니 조금 걱정됐다.
미얀마는 한국과 학제가 달라 다섯 살만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학교에 가보면 아주 작은 아가들이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 수업을 받는 것을 보면 딱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열여섯, 대학에는 열일곱 정도에 들어가고 대부분 고등학교를 마치면 취업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는 성인이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결혼연령이 낮아 열한 살에 시집왔다는 할머니들도 계셨으니 우리와 먼 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유케티와 예코코는 얼마 후 고향으로 가 결혼식을 올리고 농장에서 일하면서 재미나게 살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예코코는 머리가 좋고 열심히 일해서 금방 승진도 하였고 월급도 올랐다.
하지만 인생이 어찌 원하는 대로 살아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