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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홀릭 Sep 25. 2023

임신 후기(~35주 2)


1. 35주 3일


오늘은 시어머님이랑 점심 약속을 가졌다.


어머님께서는 출산이 한 달도 안 남은 내 배가 너무 작다며 매우 신기해하셨다.

(하지만 나는 배가 너무 커서 주체가 되지 않는다 ㅋㅋㅠㅠ)


어머님이랑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며 생명을 낳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

또 가족 구성원들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는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튼튼이의 탄생은 단순히 부모인 나와 남편의 삶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과 역할을 부여하게 된다.


양가의 부모님들은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부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부모의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나의 동생과 도련님도 조카가 생기는 것이고, 각자에게 부여된 새로운 역할은 그들이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은연중에 새로운 경험과 삶의 변화를 주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우리 튼튼이는 참 축복을 받은 아이인 것 같다.


모두가 튼튼이의 탄생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튼튼이가 받고 있는 사랑의 깊이와 크기만큼, 튼튼이가 건강하고 우렁차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2. 35주 4일


오늘은 산부인과 정기 진료 날이었다.


튼튼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몸무게가 2.37kg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정상 범위라고 했지만, 나는 아이가 작은 것만 같아서 많이 속이 상했다.


아기가 쑥쑥 크지 못하는 것이 내가 잘 못 먹어서 그런 것 같았고, 나의 예민한 성향 때문인 것 같았다.

(만삭이 되면서부터 수면에 곤욕을 겪고 있다.)


솔직히 남편은 키가 187cm나 되고,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사람인데(진짜 세상 부러움...)

아기가 약간 작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문제인 것만 같았다.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영양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양한 요인 때문일 것이라며(내 체구가 작은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ㅠㅠ) 정상 범위니까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남편은 100g~200g 정도의 차이는 우유 한번 먹으면 달라지는 건데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해서 병원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는 옛말에 '아기는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는 게 미덕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미숙아도 아니고 정상 범위에서 잘 크는 아기인데 내가 너무 기대치가 높은 것이라고 낳고 나서 잘 먹이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집에 와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튼튼이는 오늘도 열심히 움직였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청 잘 먹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짜 잘 먹여서 꼭 남편 키만큼 키워야겠다.






3. 35주 6일


전날에 잠을 또 제대로 못 잤다.


병원에 다녀온 뒤로 일부러 열심히 먹었더니 소화도 잘되지 않고 몸이 불편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은 역시나 매우 잘 잤다.


우리 아이는 꼭 남편의 성향을 닮았으면 좋겠다.


남편처럼 잘 먹고 잘 자고 단순하게ㅋㅋ 잘 컸으면 좋겠다.


출산이 얼마 안 남은 요즘은 호르몬이 급변하는지 기분 변화의 폭이 꽤 큰 것 같다.


지금도 '내가 잘 못먹어서 아기가 약간 작은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때면 갑자기 우울해진다.


남은 기간 무탈하고 즐겁게 잘 지내다가 행복하게 아기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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