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소여물
저녁나절 쯤 이면 진종일 안보이던 할아버지가 어김없이 삼촌 방 아궁이에 분주하게 소여물을 쑨다. 소 장사를 하던 할아버지라서 소에 대한 사랑은 어찌나 끔찍한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번 같은 시간이면 귀신처럼 나타나 소밥만 만들고 후딱 사라진다. 아궁이 속에서 불이 바쁘게 타오르고 커다란 가마솥 위로 김이 오르면 풀인지 짚인지 콩인지 콩깍지인지 갖 가지 형태가 보일 듯 말 듯 부풀어 오른다. 할아버지의 소여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가 난다. 건더기가 많은 진한 미숫가루색의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여물을 한 번씩 뒤집는다. 그때마다 앞이 안 보일 정도의 김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피어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쏟구치면 어찌나 군침이 도는지 할아버지의 여물을 먹을 수 있는 소가 부러워진다.
꼿꼿하던 짚과 콩깍지가 부드럽게 뒤엉키면 다 된 거다. 뜨거운 김이 모락거리는 여물을 긴 손잡이가 달린 나무바가지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여물통에 가득 채워주는 동안 외양간에 있던 소는 할아버지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세상 측은하다. 기다리는 동안 침을 뚝뚝 흘리며 꼬리를 외양간 흙벽에 탁탁 치고 콧물까지 튀겨가며 크게 한숨까지 쉬는 것이 가관이다. 그쯤이면 여물통에 여물이 채워지고 김이 확 올라오니 뜨거워서인지 가까이 가다 말다 가다 말다 냄새만 맡고 연신 도리질을 한다. 소가 여물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 식을 때가지 기다린다. ‘쩝쩝 치부적치부적’ 씹는 소리는 맛있다는 소리이고 빨래비누처럼 하얀 혀가 달팽이 몸둥이처럼 늘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하면서 소가 좋아하는 옥수수와 콩이 뒤범벅이 된 부분을 찾아 우선적으로 쏙쏙 빼먹는다. 여물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며 중간 중간 가운데 부분으로 몰아줘야 남김없이 먹는다. 멀쩡하다가도 소가 여물을 다 먹을 때쯤이면 영락없이 배가 고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