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 시절의 혼란한 맛처럼

닥터페퍼의 이국적 달콤함과 하루키의 울적한 단편소설 같았던 나의 화양연화

by 셔레이드 걸

배수아 작가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개정판을 구입했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알려진 BTS의 리더, RM의 선한 영향력 덕분으로 오래전 절판되었던 책 한 권이 다시 출판 중이라는 기사를 읽고 난 뒤 왠지 모를 부러움에 단골 온라인 서점에 접속했다가 뒤늦게 개정판이 나온 것을 알게 되었고 망설일 겨를도 없이 곧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다.


그 옛날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마음에 쏙 들었으나 전공필수 교재를 사는 것만으로도 쪼들렸던 가난한 대학생인 나는 대여연장 끝에 결국 그 책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얼마간은 ‘도서출판 고려원’과 ‘배수아’라는 키워드가 종종 떠오르곤 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졸업 후 계절이 바뀔 때 새 옷은 안 사도 사시사철 책은 마음껏 쟁여두는 조금 특이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이제는 읽을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때 문득 생각난 고려원.

당연히 소설은 절판이 되었고 중고는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아무리 서점 플렉스를 즐긴다고 해도 그 돈으로 낡은 책을 사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너에 대한 애정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신간 알림 체크도 하지 않은 채 또다시 몇 년인가가 흘렀다.


그 무렵의 나를 떠올려보면 밝음과 우울함이 늘 동전의 앞뒷면인양 붙어있었는데 흡사 영화 서유쌍기의 청하와 자하 자매처럼 한 곳에 공존하되 교류하는 것은 불가능했던ㅡ 몹시도 기묘하고 이상한 시기였다.

가난과 불안한 미래, 무엇이든 서툴렀고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늘 주눅이 들어있고 금세 풀이 죽었다.

그런 우울한 자신을 감추려고 항상 분주히 몸을 움직이고 과장되게 웃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어댄 것이 남들 눈에는 그저 해맑은 어릿광대, 똥꼬발랄한 똥강아지 정도로 보였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내가 미친 것은 아닌지 매 순간 고심했었고 그 물음은 거의 생의 반 정도를 달려와서야 답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답을 찾은 게 아니라 답을 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여유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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