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가 되다.
며칠 전 소셜커머스에서 원두를 구입한 고객이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왜 다른 데서 주문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2보다 G1이 더 작아요?”
고객은 예전에 마시던 G2 등급의 원두보다 커피난다에서 구입한 G1등급의 원두가 더 작은 이유가 의아했나 보다.
나는 고객이 보내온 사진을 확인한 후 답을 하기 위해 열심히 문자를 입력했다. 한참 동안 에티오피아의 커피 등급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가던 나는 문자로는 고객을 충분이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입력한 내용을 모두 지웠다.
“고객님! 전화를 드려도 될까요?”
문자를 보내자마자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커피난다는 여느 카페와 달리 원두 판매점처럼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품질이 좋은 원두를 소비자들에게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므로 원산지나 등급을 속여서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커피 등급에 대해 고객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일 뿐이지만 고객의 불편한 마음까지 완전히 해소시켜주는 것이 판매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최선을 다해 설명을 했다.
고객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음에 재구매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대화를 주고받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서로 서먹한 마음을 닫음으로써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통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쇼핑몰 상세페이지에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해 놓았다면 고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오늘은 커피의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커피, 즉 산지에서 생두(Green Bean)의 등급을 매기는 방법은 재배나 가공 환경, 생두의 품질 등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결점두(Defect Beans)에 의한 분류
●생두의 크기에 의한 분류
●생산 고도에 의한 분류
물론 위와 같은 분류로 커피의 등급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에는 향미 평가가 커피의 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소가 되었고 등급의 기준이 매우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 또한 농장, 조합, 생두 회사별로 독자적인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커피의 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읽었으면 한다.
생두에 포함된 결점두(Defect Beans)를 따져서 등급을 매기는 방법이다. 흔히 G1, G2와 같이 등급이 매겨진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커피가 이에 해당되는데 생두의 품질이 균일하지 못한 나라에서 주로 하는 방법이다. 결점두란 과발효된 커피, 제대로 생육이 되지 않은 커피, 곰팡이나 벌레의 공격을 받은 커피, 부서진 커피 등을 말한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기원으로 자연 상태에서 자란 원종(原種, Heirloom)만을 수확ㆍ가공하기 때문에 개량된 품종을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커피에 비해 생두의 크기가 매우 작다. 물론 에티오피아의 커피 등급이 전적으로 결점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점두, 생두의 모양과 색상, 산미, 바디, 플레이버(향미) 등 많은 요소들이 평가의 대상인데 중요한 것은 생두의 크기로 에티오피아 커피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평가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G1~G3등급의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이다. 품질이 뛰어난 마이크로 랏(Micro Lot) 커피도 있지만 주로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결점두가 많다. 결점두가 4개 이하인 커피는 NO.2 라는 최고 등급을 받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NO.1 등급이 없는 이유다. 브라질 사람들은 신이 만들지 않는 이상 무결점의 커피는 없다고 믿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주로 웻헐(Wet hull) 방식으로 커피를 가공한다. 가공방식의 특수성으로 인해 결점두가 많이 생기는데 최근에는 개선된 가공방식이 도입되어 로스팅을 하기 전에 생두 감별을 해 보면 예전만큼 결점두가 많지 않고 생두의 색도 매우 균일하다.
생두의 크기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곳은 전반적으로 생두의 품질이 양호한 지역이다. 스크린 사이즈(Screen size)라는 규격화된 생두의 크기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데 케냐와 콜롬비아가 대표적인 나라다.
더블에이(AA)로 잘 알려진 케냐 커피는 생두의 크기에 따라 AA, AB, C, TT, T, Buni 등으로 나눈다. 케냐 AA는 스크린 사이즈 17~18로 생두의 크기가 7.2mm 이상이다. 크기에 따른 등급 외에 피베리(PB, Peaberry)라는 별도의 분류가 있는데 이는 하나의 열매(체리)에 한 개의 생두만 있는 커피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커피 열매 하나에는 두 개의 생두가 들어 있으므로 피베리는 일종의 돌연변이로 보면 된다.
콜롬비아 수프리모(Supremo)는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일 것이다. 수프리모는 콜롬비아에서 크기에 따른 커피의 등급을 나타내는 용어로 스크린 사이즈 17이상의 커피를 말한다. 콜롬비아는 생두의 크기로 등급을 정하고 결점두에 따라 추가로 등급을 정한다.
탄자니아, 파푸아 뉴기니 등도 생두의 크기로 등급을 매기는데 유의할 것은 생두의 크기가 크다고 반드시 커피의 향미가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커피의 향미는 신맛, 단맛, 바디, 클린 컵, 후미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평가한 후에 결정되는 부분임을 잊지 말자.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 중미 지역 대부분이 커피 재배지의 고도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결점두와 수분율에 따라 추가로 등급을 나누는 나라도 있는데 이 지역의 국가들이 높은 고도에서 재배된 커피에 SHB(Strictly Hard Bean) 혹은 SHG(Strictly High Grown)라는 최고 등급을 부여하는 이유는 일교차가 심한 높은 고도에서 재배된 커피일수록 밀도가 높고, 풍부한 커피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단맛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중미지역이지만 커피 경매 사상 최고가로 유명한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는 별도의 등급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품질에 따라 스페셜(Special), 프라이빗 컬렉션(Private collection), 1500의 세 등급으로 나눈다. 스페셜과 프라이빗 컬렉션은 100% 게이샤 품종인데 국제 경매에 출품되는 최고급 게이샤를 스페셜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