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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평선 Dec 11. 2019

★★별 보러 오세요.

바기오의 밤하늘은 혼자 보기 아까운데...

어릴 적부터 건강하지 못했던 나는 오랜 기간 이모네 집에 얹혀살아야 했다. 식구들 많은 집에서 뒹굴며 살아야 건강해진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조언 때문이다.

처음 이모네 집에 갈 때는 신나라 따라나섰지만 3일 정도 지나면 슬슬 엄마가 보고파지고 동네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이모네 언니와 오빠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또래 친구가 없는 서울 생활은 재미가 없었나 보다. 매일 밤 마루 끝에 앉아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아려 보곤 했다.

'엄마도 지금쯤 저 별을 보며 나를 생각하고  있겠지?' ★


이모네 집은 서울 서대문 냉천이었다. 내 어릴 적 냉천동은 시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어린 내 기억 속의 서대문은 와 집들, 그리고 바쁘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복잡한 산골마을 같았다. 꼬불꼬불한 거리에 빽빽이 들어선 집들, 산꼭대기로 이어진 수십 개의 계단은 동네 야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산행이었다.


내가 살던 고향은 삼팔선을 넘어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

여름이면 평상에 앉아 수박과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엄마는 종종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엄마의 무릎을 베개 삼아 밤새 별 이야기를 들으며 별나라 꿈꾸기도 했다. 


어린 내게 별은 고향이고 엄마였다. 아련한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잡아 가지고 노는 오빠들을 보면 울면서 놓아주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반딧불이는 밤하늘의 별이 인간세상이 그리워 잠깐 마실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잡으면 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확신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밤하늘에선 거의 별을 찾아보기 힘들다. 별을 보는 날은 겨우 두세 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나면 더 이상 헤아릴 별이 없다. 


 딸아이가 필리핀에서 유학을 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낸 것도 바기오 밤하늘의 별 덕분이라고 했다. 보석보다 더 영롱한 별들을 헤아리며 천문학자의 꿈도 꾸어보고 별을 노래하는 가수도 되어보고 책 속 주인공이 되어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한다.

유학 중인 딸과 아들을 만나러 바기오에 왔다가 나도 그 별에 반해 이곳에 작은 둥지를 틀고 말았다.


바기오에서 가장 높다는 산토토마스 산에 올라가 밤하늘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터진다.

"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동안 파란 색지로 덮여있던 하늘은 어떻게 저렇게 많은 별들을 감추고 있었을까. 느새 나도 하얗게 흩뿌려진  은하수 속 비집고 들어가 별이 되어 다.★★


치매라는 동무 때문에 한 겨울에도 모기장 속에서 별을 세고 있을 엄마, 이젠 바기오를 떠나 독일에서 유학하며 칙칙한 독일 날씨에 적응 해가는 아들과 딸, 한국에서 홀로 외로움과 씨름하고 있을 남편 생각 내 눈에서도 반짝 별 하나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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