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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Jul 11. 2020

나의 인생 샌드위치, 반미.

너무 맛있어!

 몇 주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평일에는 그나마 출근해야 하니 1시 전에는 잠을 청했는데, 어제는 또 주말 전날이라고 1시를 넘겨 잠들었다. 당분간 저녁 시간이 계속 바쁠듯 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패턴을 유지중이지만, 곧 바꿀 생각이다. 바꾸지 않으면 조만간 건강에 적신호가 또 올지 모른다.


 늦게 잠들었으니 8시간 반을 채우고 일어나니 아침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절로 눈을 뜬 시간이 딱 그때였다. 사람에게 적당한 수면시간이 적게는 7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반이라더니, 내 몸이 그에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일도 알람 없이 자봐야겠다.


 다리가 좀 불편하지만 거동을 좀 하게 된 아내가 맛난 아침을 차려줬다. 가만 보면 나는 참 게으르고 나쁜 남편이다. 와이프가 밥을 차리는 동안 나는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의 한 마디에 엉덩이를 의자에서 뗀다. "자기, 밥 좀 퍼줘!"

 

발로 찍었나, 사진 왜 이래.. 하지만 밥은 정말 맛있었다. 손으로 한 게 분명하다.

 건강식을 좋아하는 아내는 항상 이렇게 야채를 많이 넣은 반찬을 해준다. 고기도 좋아해서 돼지, 소, 닭, 오리, 생선 중 하나 정도는 넣는 편이지만, 그래도 야채의 비중이 많으니 이 정도면 훌륭한 식사라 생각한다. 난 참 복받은 남자다.


 아침을 해결했으니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설거지, 기타 집안일을 끝내고 외출 준비를 한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이사 후 신변정리를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신세진 사람에게 인사도 하고, 수다도 떨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 점심 먹을 때가 정해진 게 따로 있겠냐마는, 저녁에 있을 가족 모임을 생각하면 지금은 먹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 때 떠올린 메뉴가 바로 '베트남 음식'이었다.


 우리 부부가 가보지 못한 나라의 음식 중 가장 많이 먹어 본 게 아마 '베트남' 음식일 것이다. 온 나라에 퍼진 베트남 음식, 아니 전 세계에 퍼진 음식이다 보니 자주 접할 수 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상대적 건강식이면서 맛도 잡을 수 있는 게 바로 베트남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백종원 아저씨조차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물론 그 분이 맛없게 먹는 걸 본적이 별로 없지만)이라 더 그렇게 느낄 지도 모르겠다.


 처음 찾아간 또OO 베트남 식당은 때마침 <브레이크 타임: 점심과 저녁 사이 영업을 쉬는 시간>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반미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내와 함께 왔기에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으로 "혹시 영업 안하세요?"라고 사장님께 물어봤다. 주방에서 쉬고 계신 것처럼 보였던 사장님이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 원래는 지금 쉴 타이밍인데 오셨으니 그냥 해드릴게요!" 하신다. 천사가 따로 없었다.


 "쌀국수 하나, *껌승 하나, 그리고 반미 샌드위치 하나 포장해주세요!"

*껌승: 돼지고기 목살에 불맛 불맛 직화불맛을 더해 특제소스로 양념해서 더욱 감칠맛나는 고기와 겉은 바삭 윤기좔좔 달걀후라이와 함께 즐기는 덮밥요리 (출처 : 또OO 베트남 식당 메뉴판)


 분짜(쉽게 말해 베트남식 비빔국수)는 많이 먹어봤지만 껌승은 처음이라 뭔가 기대되는 메뉴였다. 아내는 너무많이 시키지 말라며 하나를 취소하자고 했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어렵게 왔으니 다 맛보자는 게 나의 굳은 의지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천사같은 마음씨에 센스까지 겸비한 사장님은 '반미 샌드위치는 따뜻할 때 드셔야 맛있다'며, 반은 잘라서 접시에 내어주시고, 반만 포장해주셨다(물론 우리에게 의사를 물어보셨다). 요리가 나오자 우리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맛을 보았다. 음............


맛있다!


쌀국수 S 사이즈(L 도 있다). 국물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딱 좋다. 곁들여 나온 마늘과 매운 소스는 기호껏 섞어 먹으면 됨.
껌승의 아름다운 자태. 전체적인 조화도 좋았지만, 직화되어 나오는 고기의 향과 식감, 맛이 일품이었다.


 둘 다 감탄하면서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기다려온 반미 샌드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나의 경우 서울에 대학로의 한 유명 맛집에서 딱 한번만 먹어본 메뉴이기에, 비교군이 적었다. 그 때 꽤 맛있게 먹었던 터라 이번엔 어떨지 궁금했던 찰나였다. 인증샷을 찍는 시간이 날 애타게 했고, 이윽고 집어든 샌드위치를 시식했다.


아... 핵꿀맛...!


절반을 잘라서 내주신 반미 샌드위치.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바게트 샌드위치 같지만...
핵맛! 속에 든 재료는 아마도 고기, 깻잎, 오이, 당근, 무, 계란 등으로 이뤄진 듯 하다.

 따뜻할 때 먹어보라고 한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은 게 신의 한 수였다.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바게트와 신선하고 식감 좋은 속재료들이 어우러져 정말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샌드위치였다. 아, 이 글 쓰는데 또 상상되네... 꿀꺽!


 솔직히 맛집 블로그 같은 거 왜 하나 싶었는데, 오늘 이 반미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는 꼭 글로 써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음식 맛만 좋은 게 아니라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셨고 동네에 생긴 맛집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거기다, 프랜차이즈도 아닌 개인 가게라니..! 흥했으면 좋겠다. 나도 자주 방문을 해서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다.


이 음식들은 잠시 후,
이렇게 되었다. 잘가 얘들아.. (엇, 내 뱃속에 들어왔구나?)

 

 행복했던 식사시간을 뒤로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사장님께 너무 잘 먹었다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특히 반미 샌드위치 칭찬을 했더니 '직접 수타로 반죽하는 바게트를 공수해오는 것'이라고 하셨다. 역시, 맛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사장님의 요리 실력과 재료에 대한 노력, 그리고 손님에 대한 배려가 어우러져 가게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식당 영업도 사업이니,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겠지만 기본기는 갖춰야 위기에도 흔들림이 적지 않을까. 적어도 이 베트남 식당에는 기본기는 갖춰져있으니 이 시국에도 망할 것 같진 않았다. '단골들이 계속 찾아주신다'며 미소짓는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도 '사장님' 소리를 들을 날이 올 수 있다. 그 때를 대비하여 성공하는 사장님들, 아니 망하지 않는 사장님들을 잘 보고 배워둬야겠다. 맛있는 밥도 먹고, 단골로 삼고 싶은 식당도 찾고, 사업에 대한 배움도 있는 알찬 하루였다.

사장님, 또 올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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