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
- 한 끗 차이가 다른 인생을 만든다.
낮에 차 쓸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남편을 출근시켜 주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다
자료실 오픈은 9시인데 남편을 내려주고 도착하니 8시 10분...
나에게 50분의 기다림이 주어졌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며 이틀 전 남편을 통해 양파며 감자며 일용할 양식을 한 보따리 보내주신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언제나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가 한가득인 시어머니 덕분에 30분이 지나갔다.
아직 20분이 남았지만 목이 말라 자판기 앞에 섰는데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것 아닌가?
지갑을 겨우 뒤져 천 원짜리 한 장을 찾았다.
내 지갑에 현금이 있다는 건 정말 드문일인데 앗싸!! 행운과 같았다.
무얼 마실지 자판기 메뉴를 스캔하는데 이런~
내가 안 마시는 커피만 700원이고 나머지는 다 1100원~1300원의 가격이 붙어 있었다.
1300원 하는 핫식스를 마시고 싶지만 하는 수 없이 700원짜리 레쓰비 버튼을 눌렀다.
캔을 꺼내 들고 잔돈을 꺼내는데 생각보다 잔돈이 많다. 누가 잔돈 찾는 걸 깜빡했는지 동전이 더 나왔는지 300원이 더 해져 있었다.
아오~~~~~~아쉽다!!!
300원의 공돈이 있단 걸 진작 봤다면 그 돈을 더해 마시고 싶던 핫식스를 마실수 있었을 텐데...
자자. 어차피 커피 마실 운명이었다. 천 원짜리를 발견했을 때의 행복함이나 기억하자. 마른 목을 축인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는 발길을 돌려 자료실 앞을 지나는데 오픈전 10분...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자료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두 사람이 문 앞에 줄을 서 있다.
지난날 나도 자료실 오픈 시간이 남아 도서관 로비 죽순이가 되어도 봤고 자료실 앞 복도를 불쌍하게 서성이기도 했다.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고수~!
겨울 아침의 도서관 로비와 복도는 생각보다 춥다.
자료실 오픈은 9시지만 열람실은 7시 오픈이니 열람실에 들어가 기다리자.
우아하게 열람실 좌석을 선택하고 히터 빵빵한 자리에 앉아 다이어리를 쓰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은 한 끗 차이다.
한 끗 차이가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고, 다른 행동을 하게 하고, 다른 결과를 초래하며, 다른 인생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