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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hail Nov 30. 2019

파뮬러스 인터뷰 시리즈 #8

그냥 흘려보내던 단순한 일들에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파뮬러스의 여덟 번째 인터뷰. 피펜을 키우며 평범하던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생명에 대한 존중 역시 배우게 돼셨다는 행주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Q1. 반려견과 어떻게 가족이 되셨나요?


어머니 반대로 저나 동생이나 강아지를 키울 생각은 있었지만 못 키우고 있었어요. 그러다 동생이 서울에서 볼 일을 보고 오는 길에 애견 센터를 지나가다가 귀여운 마음에 지켜보고 있었는데 피펜만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봤대요. 그래서 뭔가에 홀린 듯이 분양을 받고 데리고 왔고 저는 이제 집에 갔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생긴 거죠. 올해로 9년이 됐네요.


Q.2 이후 생활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 제 생활 패턴이 많이 변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집에 자주 들어가게 되고 빨리 들어가게 됐어요.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마인드가 아예 바뀌었어요. 사람 자체에 대한 생명의 소중함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을 할 수 없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다른 생명들의 소중함도 알게 됐어요.


Q3.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무엇인가요?


사실 매 순간이죠. 그래서 돌이켜보면 당연한 것들이 엄청 소중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사람 대 사람으로 행하는 특별한 것들을 얘랑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 이외에 그냥 흘러 보낼 수도 있는 당연한 일들에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피펜이랑 같이 스케줄 없을 때 공원을 산책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본 게 며칠 지나고 엄청 바쁠 때 생각하면 엄청 소중한 시간이 되죠. 그리고 피펜이 자다가 깨서 자기 배변통에 소변보는 것도 엄청 행복해요.


Q4. 어려움도 분명 있으셨을 텐데 어떤 점이 있을까요?


피펜을 키우면서 어려운 건 전혀 없지만 아픈 걸 보면 힘들죠. 저랑 똑같은 포도막염이라는 눈 질병을 갖고 있거든요. 제가 아플 때는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을 쳤고 울지도 않았는데 피펜이 그런 질병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숨도 못 쉴 정도로 진짜 펑펑 울었거든요.


Q5. 한 달에 평균적으로 아이에게 소요하시는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피펜한테 쓰는 돈은 아깝지가 않아서 제가 세 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래도 말하자면 피펜이 알레르기가 잠도 못 잘 정도로 긁고 엄청나게 심해서 특수사료를 먹어야 하거든요. 양배추나 당근 같은 일반적인 간식도 쉽지가 않고요. 그래서 사료를 간식 먹듯이 먹어요. 그리고 먹는 거에 되게 고프니까 약 같은 것도 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잘 먹고요. 먹는 행위 자체가 행복한 거죠. 그래서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Q6. 혹시 임시보호 혹은 봉사 등의 활동을 통해 유기동물 아이들을 겪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바빠서 못 간단 핑계로 한 번 밖에 못 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서 일정 금액을 보내면 사료로 기부가 된다는 걸 보고 기부한 경험이 있어요. 솔직히 이런 얘기들이 나올 때면 스스로 부끄러워요. 저보다 훨씬 더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아서.


Q7. 파양 혹은 유기를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제가 함부로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하는 원인은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원인인 것 같아요. '장식품'이라고 하면 너무 자극적인데 단순히 생긴 게 예쁘고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행위에 대한 만족까지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내 동반자고 얘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게 어마어마하고 여러 가지로 사랑을 주거니 받거니 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예쁠 거 같아서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안 예쁜 거죠. 예를 들어 사진 찍고 데리고 있을 땐 예쁜데 똥 치우긴 싫은 거죠. 저는 사실 피펜이 똥 싸는 것만 봐도 기특하고 예쁘거든요. 우리도 배변을 보잖아요. 근데 그런 당연한 것들을 배제하고 미용 목적으로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Q8.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가슴이 너무 아프고 조심스럽긴 하지만 얘들이 우리와 평생을 함께 할 순 없잖아요. 수명 때문에. 그래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 그래도 키우면서 사랑해주는 법을 알고 떠났을 때 아픔을 아는 사람들이 유기견처럼 상처 받은 아이들을 입양해서 지금이라도 최대한 상처를 같이 치유해주고 키웠으면 해요. 저부터도 그럴 거고요. 피펜이 하늘나라를 갔을 때 상처 받은 아이들을 피펜이라는 생각으로 입양해와서 상처를 돌봐주고 키울 생각이거든요. 그렇게 좋은 기운이 전달되다 보면 가슴 아픈 친구들을 어찌 됐건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지 않나.


Q9.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 전해주세요.


저처럼 집에서 자기 강아지만 키우는 사람들에게 시야를 넓혀 주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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