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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후배 창업을 돕고, 재기하다

2004년 4월 24일, 후배 이아무개와 만났다.


"일본에 한국 택배박스를 파는 회사를 만들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백수여서 뭐라도 해야 할 판이기도 했다. 


그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구성원은 후배와 직원 그리고 나 해서 세 명. 세 명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전문 경영인인가??? 후배는 오너면서 프로 그래머. 조건은 '나중에 잘 되면 나누는 걸로'. 뭐 말도 안 되는 어리숙한 구두 계약이다. 동업인가? 아닌가? 모든 게 어정쩡했다. 60년 생이니까 그때 나이로 만 44세. 월급 270만 원. 망한 뒤여서 도저히 살아갈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어쨌든 스타트.


후배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나는 일본에 법인을 세우고, 사무실 딸린 창고를 구하고, 팔 택배박스를 정하고, 만들어줄 회사를 찾아 가격 협상하고, 컨테이너 배송 방법을 배우고,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 작성법을 배웠다. 정말 사이트 만드는 것만 빼고는 거의 혼자 다 했다. 그렇게 해서 2004년 6월 15일에 첫 매출이 발생했다. 두 달이 안 걸렸다. 그 사이트가 단보루넷이다.



단보루넷은 성장했고, 지금도 잘한다.


나는 단보루넷을 포장재 오픈마켓으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후배는 단보루넷만 하고 싶어 했다. 후배가 맞았을 거다. 창립한 지 2년도 안 되어 또 다른 사업을 벌였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단보루넷이 안정되었기에 거기서 내가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내가 이곳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나가서 새로 창업할 테니 1년 간 운영비를 대 다오'. 후배도 동의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렇게 만든 게 (주)티쿤글로벌이고 첫 사이트가 일본에 한국 인쇄물을 파는 아도프린트다. 2007년 일이다.


단보루넷에 있을 때 최선을 다했다. 월급 정말 적게 받았고, 다니는 동안 내가 그 전에 다른 이에게 꿔줬던 2천만 원 받은 걸 회사에 넣어줬고, 일본 친구들한테 3백만 엔 꿔서 회사에 빌려줬다. 일본 친구들한테 꾼 돈은 나중에 단보루넷에서  갚았지만 내가 꿔준 건 받지 않았다. 오너도 아니면서 회사에 5천 만 원 사업 자금 꿔주는 건 쉽지 않다. 물론 후배도 정액도 아닌 막연한 1년 운영비를 댄다는 약속을 어느 정도 지켰다. 그해 인쇄물이 계속 잘 팔려서 인원은 계속 늘어났고 내가 다 청구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나는 그가 약속을 지켰다고 기억한다.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도 힘들었기에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해서 (주)티쿤글로벌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가끔 내가 쓴 방법이 창업 자금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어떤 회사를 살린다. 그리고 분리한다. 내 회사도 살리기 힘든 판에 남의 회사 살리는 건 정말 어렵다. 그리고 회사가 서너 해 안에 성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그럴만한 회사를 찾기도 힘들다. 그렇게 보면 내 방법은 쓸모가 없다. 쓸모는 없지만 쓸 수는 있다.


지금 나한테는 그렇게 도와주면 확실히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십여 개 이상 있다. 티쿤을 이용해서 해외직판 하는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은 확실히 성공할 수 있지만 아직 너무 작다. 이 회사들은 고급 능력자를 덜컥 채용하기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작기 때문에 힘을 보태면 급성장할 수 있다. 


진짜 능력이 있는데 여러 사정으로 지금 마땅히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분이 있으면 이 방법을 한번 권해보고 싶다. 내가 소개해줄테니, 진짜 월급은 조금 받고 성공시키면 창업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월급 다 받으면 분리할 때 지원 못 받는다.


말이 안 될까? 나와 후배는 그렇게 해서 둘 다 살았다. 전제가 참 많다. 일단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 능력으로 그 회사를 살려야 하고, 그 회사 사장도 선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소개해줄 수 있는 회사들이 있다. 진짜 능력은 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오시기 바란다. 


2000년 컴퓨터 바탕화면을 포탈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46억 원을 투자 받았다가 쫄딱 망했다. 벤처 광풍이 불던 때다. 신용불량으로 5년 가까이 살았다. 신용불량 상태에서 법인대표도 못하고 정말 모든 게 힘들었다. 나는 돈이 없는 게 어떤지 안다. 돈 없이 회사 만들어서 성공하려면 정말 여러 번 울어야 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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