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
입안 가득 담긴 콩나물밥을 꼭꼭 씹으며 생각했다.
하얀 저 부엌가구에 대해서.
검은 색 틸만 하이라이트가 고급스럽게 설치되어 있고 앤틱한 손잡이가 달린 수납장, 광택나는 스테인레스 씽크대, 불투명한 유리가 달린 상부 수납장 그리고 그 모든게 새하얗게 칠해진 저 공간을.
온갖 종류의 조리기구들과 크고 작은 냄비들, 그릇들, 양념통들, 불투명한 유리너머에 차곡차곡 쌓인 사용빈도가 낮은 접시며 주방소도구들이 채우고 있는 "어떤 부조화같은 상태".
입주하기 전 이쁘고 깨끗하고 고급스럽던 주방이
온갖 생활도구들로 채워지고 난 뒤엔 그 이쁨도 깨끗함도 고급스러움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구나 하는 얼토당토않는 깨달음(?) 같은 거.
삶이란 어쩌면 그런 부조화같은 걸 견뎌내는 과정같기도 하고...
그게 결혼같기도 하고...
늦은 밤 내가 무슨 소릴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