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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랑바쌈 Dec 18. 2020

(시)머리카락

머리카락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닦는다.
하얀 수건에 덕지덕지
볼썽사납게 붙어있는 머리카락이 야속하다.
매일 아침마다 겪는 작은 상실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가 나가고 네가 들어온다.
너의 머리숱이 많아져 아프리카 정글같다.
콧잔등엔 숯댕이를 발랐니?
슬쩍 내려간 배꼽 아래도 거뭇거뭇
너도..그리고 나도
이 어색한 들고낢이 불편한건
매한가지겠지.

고사리같은 네 손으로
정글같은 내 머리를 한웅큼 쥐어뽑아도
마냥 행복했던 그 날들이 떠올라
잠못드는 겨울밤
고이 잠든 너를 말없이 내려다본다.
내 힘없는 머리카락 한올이
조용히 허공을 날아 너의 정글속에 내려앉는다.


Photo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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