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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칼라새 Oct 06. 2024

1-1. 가장 정성을 쏟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 Chap 1. 괜찮아! 오늘도 좋은 날이야 -


이번 여름은 더위도 유별났지만, 습한 날들이 또 얼마나 길었는지. 이토록 기나긴 여름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눈치가 빠르고 친절 증후군이 있다. 어려서부터 삼 형제에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는 부모님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게 되었고, 삼 형제간 우애를 강조하셨기에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릴 때는 강압적이어서 싫었지만, 직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사회생활에 아주 필요한 것이었다.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서 스트레스도 적게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을 때도 나는 늘 눈치 빠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만 하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40대의 어느 날도 나는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타인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와 동료들, 심지어 생전 만난 적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조차도.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심각한 병을 얻었고, 그로 인해 나는 직장을 옮겨야 했으며, 새로운 고난의 길에서 지난 몇 년을 살았다. 일 년에 4번은 응급실을 가야 했고, 우리 가정의 온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맏딸인 아내는  십 수년간 자신보 아이들과 나에게 헌신을 했었다.


우리 부부의 사람에 대한 정성의 결과는 서로의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 우리는 오직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7년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주었고, 나의 직장도 안정이 되었다. 아내의 병이 거의 나아갈 무렵, 우리는 하나의 믿음을 공유했다. 우리가 그동안 소홀했던 ‘나’에게 정성을 다하기로.      


우리의 이타적 모습은 분명 선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중심에 있는 ‘나’를 잊거나 홀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나를 위로하고 정성을 쏟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최고의 투자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사랑과 친절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애나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어린 시절에 배우지 못했다. 우리의 고난을 통해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돌보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사람만이 온전하게 타인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이제 나와 아내는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가 없는 삶을 지향한다. 온전히 내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생기면 서로가 응원하다.


자신에게 정성을 쏟는 일이 늦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투자 중 하나이다. 그것은 나의 삶과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결국 세상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고 믿는다.


많이 더웠고 길었던 여름 내내 우리는 가을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이겨냈다. 결국 그 가을은 어김없이 이렇게 찾아와 시원한 바람과 오색의 아름다운 색깔을 선물로 주었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정성을 쏟는 사람만이 타인과 세상을 더욱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오늘도 소중한 나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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