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바다

하와이

by 호림

콧바람이 절로 날 것 같은 경치! 일렁이는 파도에 맞춰서 바다가 내는 소리와 선선한 바람 소리가 더해진다. 하와이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인 카일루아비치와 라니카이비치에 가는 날이다. 하늘은 맑다가, 구름이 몽글몽글 모인 곳 아래로 차가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뿌리곤 한다. 언덕 위에 빼곡하게 지어진 집들을 보며, 저렇게 높은 지대에까지 집을 지으면 이동이 불편할까싶은데 하와이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는 말에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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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로 빌린 머스탱 컨버터블을 타고 오아후 해안선을 따라서 드라이브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 리스트에 올랐다더니, 손 뻗으면 닿을 듯 푸른 하늘과의 한 쌍의 조화가 아름다운 해변이다. 라니카이 비치가 '천국의 바다'라는 뜻이다. 희고 고운 모래를 밟으며 마구 뛰어다녀본다.


투명한 옥빛과 짙푸른 쪽빛

바다는 두 갈래의 색이었어

그 위로 하늘로 흩어져 가는 구름이 있었고

구름 모양이 어떻건 포용하는 푸른 하늘이 있었어

햇살은 시린 삶을 태울 것 같았어


“밤새 해야 하는데?” 서핑

이 여행의 유일한 액티비티는 서핑이었다. 서핑 강습을 신청해서 서프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가는데 보드를 들고 움직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파도를 기다리고, 파도가 들이치는 순간 왠지 '할 수 있겠다'는 느낌에 한번에 성공! 첫 번째 시도에서 무의식적으로 발 위치까지 바꿨다. 코치인 Rowie "프로페셔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서핑은 안 쓰던 전신근육을 써야 해서 몇 번 하니 파김치가 되어버린다.


“힘들어? 밤새 해야 하는데?”


Rowie는 익살스럽게 너스레를 떤다. 힘들던 기억은 삽시간에 증류되고, 노을 지는 와이키키 바다 위에서 몸을 일으켜 파도에 몸을 맡긴 짧은 시간의 일체감이 오래 남았다 . 와이키키 해변에서 빼놓지 않고 들르게 되는 장소가 근대 서핑의 아버지인 카하나모쿠의 동상 앞이다. 그는 올림픽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 2연패를 달성한 수영 선수였다. 관광객들이 카하나모쿠를 기리는 뜻에서 동상에 꽃목걸이를 잔뜩 걸고 간다. 꽃목걸이를 걸 곳이 없어서, 발치에 두고 가는 경우도 많다. 카하나모쿠 등 뒤의 커다란 서프보드가 눈에 띈다. 카하나모쿠 동상이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했던 건 아닐까, 그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서핑하며 까무잡잡하게 그을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와이는 제주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현무암도 자주 보인다. 삼다도(三多島) 제주에 많은 것이 바람, 돌, 여자라 했던가. 하와이도 바람이 세고, 현무암이 많다. 잊고 있었지만 하와이와 제주도는 모두 화산섬이라서 닮은꼴이다. 우리 제주 역시 하와이만큼 얼마나 아름다운 화산섬인지! 야자수는 너나없이 개성 있는 모습이다. 대나무마냥 곧게 선 야자수도 있는 반면 걸터앉기 좋게 휘어서 자란 야자수도 보인다. 숙소에서도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프라이빗비치를 따라서 멋드러진 야자수가 늘어진 해변가를 따라 산책에 나섰다. 바닷물 위에 야자수 단 두 그루가 서 있는 작은 섬이 떠 있다. 하와이 관광지에서 현지인들이 관광객들에게 샤카라는 손인사를 많이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 손인사는 '샤카(Shaka)'라고 하는데 '안녕', '사랑', '고마움' 등 친근함을 담은 표현이다. 카할라 비치는 조용하고 아름답지만, 백사장을 맨발로 걷기엔 크고 작은 자갈이 제법 많다. 7시쯤 이른 아침에 아무도 없는 평온한 바다를 걷는데 "알로하"하는 반가운 인사가 들려 돌아보니, 금발의 노부부가 나란히 선글라스를 끼고 산책 중이다. 입매무새로 그들이 웃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얼른 “알로하”하며 화답한다. 샤카를 하려고 손을 들어올리다가 그만 쑥스러워져 관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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