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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y 07. 2024

핑크닉(Pink+picnic)

컬러 테라피


핑크닉은 Pink(분홍)와 Picnic(소풍)을 결합한 말로, 직접 만들어 본 용어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까운 위치에 있는 피크닉 소품 대여점에 들러 눈에 들어오는 분홍색 소품들을 쓸어 담은 후에 곧장 큰 저수지라는 의미를 가진 수산한못으로 렌터카를 운전했다. 분홍색 파라솔, 분홍색 나무 의자 한 쌍, 분홍의 테이블 매트와 분홍의 돗자리를 깔고, 분홍빛 분다버그 자몽 주스를 마시며 분홍색 가디건을 걸치고 핑크닉을 만끽했다. 



분홍색 표지의 책을 쓰고 있을 때였으니 이보다 완벽할 수가 없었다.






단 한 가지, 발목 인대가 끊어져서 뒤뚱뒤뚱 오리 걸음을 하는 게 문제였다. 







숲을 쏘다니거나,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직전에 달리기를 하거나,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거나, 피크닉 소품을 세팅하거나, 무엇 하나 발목 인대가 회복하는 데 필요한 치료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도무지 핑크닉을 거부할 도리가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한달 동안 인병휴직을 하게 되고서야 벼르던 여행을 있는 말미가 생겼다.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1>




나중에 책이 나왔을 때, 발목에 반깁스를 하고 있는 이미지를 앞장에 실려 있었다. 여행이 치유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기 위함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발목의 반깁스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창작자만 알고 있는 일종의 이스터에그(Easter Egg)가 되었다. 





이날의 피크닉을 색채로 표현한다면 페일 핑크가 될 것 같다. 발목이 쾌유되지 않은 상태로, 약간은 욱신거리던 창백한(Pale) 분홍색이었으니까. 날씨도 적당히 선선해서 활동하기 좋고, 분홍색의 톤앤매너도 통일성이 있어서 발목만 아니라면 완벽했던 어느 연분홍빛의 봄날이었다.






TIP

이스터 에그는 영화, 책, CD, DVD,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을 뜻한다.







독립출판물 <모든 색이 치유였어2> 출간!




2023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2023 약 8주간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




호림은? 


J컬러소통연구소 대표로 색채심리상담사 1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여행이 가진 색깔들로 테라피합니다.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1>, <모든 색이 치유였어2>를 썼습니다. 15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을 하면서 300명에 달하는 CEO들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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