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부르는 Endless Love

서울 한강 반포대교

by 호림

나의 사랑

내 삶엔 오직 그대뿐이에요

밝게 빛나는 유일한 것이죠


내 첫사랑

당신은 내가 하는 모든 호흡이며

내 모든 발걸음이에요

<Endless Love> Diana Ross & Lionel Richie



20160915_200639_반포대교 한강 무지개분수쇼, 셀렉.jpg 반포대교 무지개 분수


어디선가 익숙한 선율이 흘렀다. 아침 출근길, 덮어놓고 뛰느라 턱까지 차올라 가팠던 숨결이 안정되어 갔다. 선율은 이내 희미해지고, 창밖을 무심히 바라봤다. “누구든 한번쯤 죽어도 못 잊을 사랑 한번쯤 해봐야 되는데 말이죠.” 그 말을 듣고, 예기치 못한 대화인데다 이른 아침의 한강의 모습에 붓고 있던 눈과 마음을 거두고 대답을 하기까진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네?”

다시 대답이 돌아왔다.

“이 노래 말이에요.”


남자와 여자 가수가 애절한 음성으로 하모니를 만드는 아름다운 듀엣곡에 집중하며, ‘죽어도 못 잊을 사랑’이라는 말의 울림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할 때, 택시 기사는 의외로 브룩 쉴즈를 떠올렸다.


“이 노래가 나온 지 30년 정도가 됐을 거예요. 한창 혈기왕성한 학생 때 브룩 쉴즈가 베드신을 한다고 친구들이 성화여서 극장에 갈 적이었네요. 그 나이때는 다들 아직 철이 없었죠.”


그는 이미 앳된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일순 그의 말에 웃어버렸지만, 30년이나 이 노래를 알게 된 순간을 기억한다는 것이 어찌 가벼운 의미일까. 택시의 진동과 음악소리를 따라서 그 시절로 간다. 언젠가 자신도 홍역처럼 앓게 될 첫사랑을 동경하며, 여드름 난 어린 소년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영화관 문턱을 침을 꼴깍 삼키며 비밀리에 넘었을 것이다. 똑같이 여드름 난 동조자들도 있으니 그날은 호기롭기까지 했으리라. 영화 아니, 이 노래를 들으며 혹은 다갈색 머리칼의 브룩 쉴즈를 보며 그 소년은 언젠가 죽어도 못 잊을 사랑을 해보리라, 마음 먹었는지 모른다. 출근길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택시 안에 울려퍼지는 음악에 서서히 누그러진다. 누구든 한번쯤 '죽어도 못 잊을 사랑'은 아니더라도 사랑을 동경하던 소년 그리고 소년시절이 있다. 그냥, 들으면 온 인생이 공명하며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Endless Love' 같은 곡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는 출근길에 좋은 노래 들려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날 택시 안에서 앳된 소년 한 명을 만났던 것 같다. 찬 공기를 뚫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는 다시 한번 택시를 돌아봤던 것 같다. 귓불과 뺨을 아플 정도로 시리게 하는 바람이 언제 이리 달콤해졌는지 바람이 뛰는 귓가에 대고 ‘Endless Love(끝없는 사랑)’를 속삭였다.


keyword
이전 13화오후의 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