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茶

중국

by 호림

갈림길에 위치한 '티아콜 티룸'을 만난다. '茶中有愛(차중유애)'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차 속에 사랑이 있다'라는 뜻인데다, 카페 안팎으로 로맨틱한 무드가 가득하다. 1층 테라스에서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손님이 없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가정집의 서재 같은 분위기이다. 티세트 메뉴와 과일 주스를 주문했다. 테이블보를 먼저 갈아주니 청결한 인상이다. 홍차에 우유를 첨가해 밀크티로 만들어 먹었다. 우유를 넣어보니 너무 밍밍해서 따스한 홍차 본연의 그대로가 좋았다. 직원이 와서 찻주전자에 데운 물을 더해준다. 홍차를 두 잔째 비울 때쯤, 디저트가 뒤늦게 등장했다.


IMG_3147_셀렉.JPG


홍차나 밀크티에, 스콘을 적셔 먹으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프루스트 효과(The Proust Effect)라는 말의 유래가 된 바로 그 대목이다. 달콤한 젤리와 거봉, 초콜릿 등 취향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들이 있었다. 달칵 소리를 내며 유리그릇을 열어보니 달큼한 초콜릿 냄새가 난다.


가리비 껍데기 모양 틀에 넣어 만든 것 같은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작고 통통한 과자였다. 우중충했던 오늘 하루와 슬픈 내일에 대한 예감으로 풀 죽은 나는, 마들렌 조각을 적신 차를 한 숟가락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 갔다. 과자 조각이 섞인 한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별한 일에 주목하게 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켜버렸다. 사랑이 그러하듯이 기쁨이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자, 삶의 우여곡절이 사소하게 느껴졌고 삶의 재난은 위험하지 않고, 그 짧음은 착각으로 여겨졌다. 그러자,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이 맛, 그것은 콩브레 시절의 주일날 아침, 내가 레오니 고모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 고모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꽃을 달여 내게 주던 작은 마들렌 조각의 맛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마르셀 프루스트>



keyword
이전 12화그때의 반딧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