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흙 냄새

인도 카주라호 남쪽사원군

by 호림


카주라호의 서쪽, 남쪽, 동쪽의 사원군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서쪽사원군이다. 현지에서 만난 친구 아미트의 가이드로 남쪽사원군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마 가운데 빈디를 찍은 아미트는 준수한 청년이었고, 그를 알고 지내던 식당 주인에게 들은 바로는 영국 유학파에 집안이 꽤 부유한 편이라고 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상황이라서 텅텅 비어있던 그 식당에 손님이라곤 아미트와 우리 일행뿐이었다. 아미트에게 아마도 길을 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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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계획에도 없던 남쪽사원군 이야기가 나왔고, 다음 날 만나기로 얘기가 착착 진행되어버렸다. 남쪽사원군은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미트가 아니었다면 그냥 간과하고 지나갔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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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사원군은 카주라호 마을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원을 찾아가는 길에는 줄 맞춰 걸어가는 아이들의 행렬을 만났다. 학교 행사가 있는지 교복을 입고 쪼르르 줄지어 가고 있다.


“보고 가자.”


눈빛 교환과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즉흥적이었지만, 그것 역시 자유여행의 묘미였다. 춤과 노래가 빠질 수 없는 볼리우드 영화의 나라가 아니랄까봐 춤추는 아이들은 무대에서 작은 몸에서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흥을 발산했다.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부리며 춤을 추던 한 남자아이 때문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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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춤사위를 구경하는 동네 어른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난다. 주민들은 건물 옥상까지 빼곡하게 점거하고 구경하느라 바빴다. 행사가 파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나눠주던 사탕, 젤리같은 간식거리를 싸서 우리들한테 기어코 떠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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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사했고, 아미트는 주민들의 호의와 우리들의 감사한 태도가 썩 마음에 드는지 주민들에게 우리가 인도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는 소개부터 시작해서 사뭇 진지하게, 한국인과 인도인들의 통역사이자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새 남쪽사원군에 속한 챠트르부즈(Chaturbhuj) 사원에 도착했다. 아미트는 비슈누(Vishnu) 신을 모신 사원이라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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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누 신은 시바(Shiva : 파괴의 신), 브라흐마(Brahma : 창조의 신)과 함께 다신교인 인도의 삼주신 중에 한 명이다. 우주의 질서를 관장하고, 보호하는 신이다. 전날 보았던 올망졸망 미투나와는 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의 석상이었다. 아미트는 비슈누가 무릎을 굽혀 까치발을 들고 있는 한쪽발을 가리키며, 강가(갠지스) 여신이 바로 여기에서 태어났다고 열렬하게 설명했다. 남쪽사원군은 서쪽사원군과 달리 복원이 더뎌서 돌무더기들이 방치된 모습들도 보였다. 우리 일행은 그때까지도 좀전의 축제 분위기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카주라호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원이란 점을 빼곤, 이렇게 한산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로 기억 언저리에 남았다. 시골 공기에 델리에서 흙먼지, 매연에 시달렸던 숨통이 뚫렸다. 맑은 공기, 평화로운 마을, 따뜻한 인심, 이것이 카주라호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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