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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채로운 윤슬 Dec 08. 2022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열세번째 조각; 웹디자이너 출신의 기획자 채용 지원 과정


1차 면접날이 잡혔다.

논문 1차 발표 이틀 뒤에 잡혀있어서 면접 준비할 시간이 빠듯했다.

논문 쓰는 것도 버거웠는데, 시간 쪼개면서 면접 준비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면접 포기할까 생각을 하루에 몇번씩도 더 들었지만, 옆에서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지인들의 응원을 들으면서 이 악물고 준비했다.


대기업 면접은 처음이라 유튜브로 면접 관련 영상을 보면서 어떤 태도로 면접에 임해야할지 찾아봤다.

채용 직무에 관련한 내용이 자세하지 않아서 채용 공고의 우대 사항에 적힌 사항들을 참고해서 대학 때 공부했던 자료를 찾아보면서 직무 관련 질문을 숙지하면서 틈틈이 면접 준비를 해나갔다.


지저분한 머리가 신경쓰여서 염색하러 미용실에 들렸는데... 정리해준다고 하던 미용사가 묶이지도 않을 만큼 머리를 잘라냈다.... 게다가 층을 너무 많이 내서 지저분해보이기까지 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나 괴로워하다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속상하면 뭘하나'싶어서 해결책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회사 근처에 있는 헤어 메이크업 샵을 찾아서 예약을 했다. 면접날 새벽에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친절한 원장님 덕분에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고민이 무색할만큼 엉망이었던 머리는 고데기와 스프레이로 금새 단정해졌다. 면접 잘보라는 인사를 받고 회사로 걸어갔다.


회사 로고를 보니 면접보는 자체로도 너무 감격스러웠다. 대기업에 서류 제출하면 매번 탈락했었는데 이렇게 면접을 보게 되다니...


회사 로비에 가서 방문자 체크를 하고 로비 의자에 앉아 인사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원증을 찍고 게이트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인솔자가 오셨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1차 직무 면접에서는 온라인 인성 검사를 하고나서 직무 면접은 2:2(현업 부서 팀장님, HR부서 팀장님과 지원자 두명)로 봤고 자소서 경력 기반 질문이 많았다. 면접보면서 그동안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건지, 대답을 하면서 울컥했지만 생각보다 잘 했고, 면접장을 나오면서 같이 면접 봤던 분께서 내가 붙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1차 면접이었던 직무 면접이 끝나고 인사담당자 분께 전화가 왔다. 추가 공고를 내야하니까 기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분들이 지원 포기를 한건지, 채용할 사람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2주 후에 합격 문자가 도착했고 2차 면접에 필요한 프레젠테이션 주제를 받았다.

3가지 주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3가지 중에 가장 자신 있는 모바일 앱 UI/UX  개선 주제를 선택하여 준비를 했다. (공교롭게도 쓰고 있던 논문 주제가 앱 디자인 개선이어서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1차 면접에서는 해당 기업과 자회사의 구분이 모호해서 대기업 관련 정보를 수집했었는데, 1차 면접 경험을 바탕으로 자회사에 대한 조사를 심도있게 하여 해당 기업에 맞는 ‘도전적인 모습’에 초점을 두고 발표 준비를 했다.

1차 면접 때 받았던 헤어 메이크업 예약을 했다. 

2차 면접은 오전 이른 시간에 잡혀있었다. 기차타고 서울에 가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회사 근처에 있는 숙소를 예약해서 전날에 서울로 올라갔다.

숙소에 도착해서 잠시 쉬기 위해서 잠깐 티비를 켰더니 유퀴즈 프로그램이 나왔다.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김수지 아나운서 인터뷰였다.


 tvN '유퀴즈' 김수미 아나운서 인터뷰 中


가끔 넘어지기도 했지만 
끝없는 도전의 시간들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지 못하는 내 성격을 계속 탓하면서 주눅들어있었는데, 김수지 아나운서의 인터뷰를 보면서 왠지 용기가 생겨났다. 내가 지나온 과정 중에 결실을 맺지 않은 것도 많지만, 결실을 맺지 않더라도 내게 자산이 된 순간들이 참 많았으니까.



다음날, 아침 7시에 헤어 메이크업을 받으러가서 원장님 덕분에 1차 면접에 붙었고 오늘은 2차 면접을 보러간다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기뻐하시면서 최종합격되면 문자를 달라고 말씀하셨다. 기분 좋게 단정한 모습으로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종 면접(임원 면접)은 3:1로 PT 면접으로 진행 되었다.

한 분은 전에 직무 면접때 계셨던 HR부서 팀장님, 그리고 처음 뵙는 담당님과 팀장님께서 자리에 계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표이사님께서 그 날은 일정이 맞지 않아 불참하셨다.)


야심차게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는데, 시작은 좋았는데 중간 중간에 외웠던 대본이 생각나지 않아 버벅 거렸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냥 아.. 망했구나. 생각에 점점 자신감을 잃었고, 그래도 최대한 웃으며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서 질문을 받았다.








1차 면접 및 최종 면접 질문을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보았다.



Q1. 1분 내지 30초 자기소개를 해보라.

(이런 뻔한 질문을 왜 준비하지 않고 갔던 걸까...! 대학생 때부터 밟아온 커리어 루트를 읊었던 것 같다. 뻔한 소리를 했던 것 같음..)


Q2. 기획을 왜 꿈꿨나

> 저는 넓고 얕게 지식을 쌓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또한 통찰력 가지고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걸 즐깁니다. 이러한 부분은 기획에서 필요한 요소이고, 제가 쌓아왔던 경력을 잘 녹여낼 수 있는 분야가 기획이라 생각했습니다.


Q3. 디자인 경력이 많은데 왜 기획으로 지원했나

> 처음부터 디자인이 목표였다기보다는 기획자가 꿈이었고, 기획을 하기 위해서 그 당시 제가 쌓을 수 있는 지식은 디자인었기에 해당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Q4. 회사 시스템 구축을 한다고 가정할 때, 업무 진행 과정을 설명해보라.


Q5. 경력 2년차인데 신입이랑 다른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신입은 열정이 가득한 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신입일 땐 그저 열정으로 일을 밀어붙이며 제 업무만 하면서 회사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2년차는 주변을 챙기면서 업무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6. 이직을 많이 한 이유

> 어릴 땐 꿈을 쫓아서 살았습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한 끝에 이제는 한 곳에 오래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7. 대학원 진학은 왜 했나

>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디자인 비전공자라는 컴플렉스가 생겼습니다. 컴퓨터 학원에서 배웠던 지식이 전부였기에 제대로 된 디자인 이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습니다.


Q8. 잘 안 맞는 상사와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저는 업무를 할 때 넓게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디테일을 요하는 상사와 잘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저의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했기에 배우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Q9. 우리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Q10. 우리 회사에 들어와야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를 어필 해보라


Q11. '나'라는 사람을 형용사 3개를 써서 스토리텔링 해보라

> (아.. 진짜 진부한 이야기하기 싫은데.. 생각나는게 없네 어쩔 수 없다.) 저희 집 가훈은 근면, 성실, 정직이었습니다. (인사 담당자 분께서 이력서에 무언가를 쓰시는 걸 보고 자신감을 가지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배운대로 "근면하게" 살아오다가,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좋아하는 일이 생겨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지고 생활해왔습니다. 그리고 20대 중반부터는 자기 계발에 집중을 하면서 모든 일에 "도전적인" 태도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Q12. "나는 oo다" 한 마디로 정의해보라

> (꿈먹고 사는 디자이너 밖에 안 떠오르네.. 근데 이건 오글 거려서 싫은데.. 떠오르는 게 없네ㅠㅠ!! 잠시 뜸을 들인 후) 저는 꿈먹고 사는 윤슬입니다.

저는 20살 때까지는 인생에서 별 계획이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저 주어진대로 살아오던 중에 대학교에 들어가서 경영정보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꿈이 생겼고, 그 꿈을 향해 지금껏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그 과정 중에 코딩 공부도 했었고, 다양한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프리랜서를 하고 지내면서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꿈을 향해 달려갈 것이기에, 저를 꿈 먹고 사는 윤슬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Q13. 넓고 얕은 분야를 한다는 건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건데 맞나

>(참을성...... 하.. 공무원 시험 준비했던 2년... 진짜 많이 참았는데,. 공시 얘기하는 거 아니라던데... 정적이 너무 길어졌다. 에라 모르겠다.) 네, 어릴 때는 제가 참을성이 부족해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꾸준함의 중요성을 깨닫고 개선하는 중입니다.


사실은 작년까지 2년동안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었습니다. 시작할 때 정말 이 악 물고, '이건 나만의 2년 프로젝트야'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끈기가 없던 저였기에 2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길고도 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매번 들었지만 (그 당시에 힘들었던 부분이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함) 나와 약속한 2년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끝까지 참고 버텼습니다. 비록 그 끝에는 불합격이라는 쓴 고배를 마시게 되었지만, 저와 약속했던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지구력을 길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14. 감정이 잘 올라오는 편인거 같은데 맞나

> (하… 면접 망했네. 집에 가고 싶다…ㅜㅜ) 어릴 땐 그런 편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이 많이 무뎌졌었는데, 요즘에 논문 준비와 면접 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힘들었던 부분이 올라온 거 같습니다.


Q15. 지금 지방에서 살고 있는데 합격하면 어떡할건지

> 사회 초년생일 때도 서울에서 지낸적이 있습니다. 합격하게 된다면 회사 근처에 집 구할 예정입니다.


Q16. 마지막 질문 또는 할말이 있는가?

> (에휴, 끝이구만.. 면접 본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에 OO회사의 면접 준비하면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모기업의 인재상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어떻게(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발표할 때도 떨었고, 대답하면서 울컥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아- 망했구나.  마음을 접고 우울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류 지원부터 최종 면접까지 근 3달을 매여서 준비했었다. 여태까지 근무했던 곳에서는 서류지원부터 최종 합격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이미 논문과 취업 준비로 멘탈이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발표일까지 그닥 기다려지지도 않았다. 논문이나 쓰자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면접 결과가 났으니 확인하라는 문자였다.

어차피 떨어진 것 왜 보나 싶기도 했고, 그 좌절스러움을 겪고 싶지 않았다.


"아.. 문자 왔는데 못 보겠다."고 말했더니 동생이 봐준다면서 채용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동생은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떨어졌나.. 그럼 그렇지' 생각하고 있는데, 동생이 말했다.


"봐라. 끝까지 가보라했제."


떨리는 마음으로 모니터를 봤는데

'합격'이라는 단어가 떠 있었다.



와, 진짜.

내가 여기를 합격했다고..?


지난 10년동안 공부해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내가 옳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보던 엄마는 울먹이면서 잘 했다며 나를 끌어안았다. 30여년간 살면서 엄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엄마는 너무 기뻐하셨지만,

나는 기쁘다기보다는 '보상받았다'라는 기분과

'아 이제 타지생활 다시 시작해야하네, .. 회사 일 힘들텐데,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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