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서 '엄마'로

by 김다희

임신 17주차,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품이 큰 옷을 사서 입었다.

평소 좋아하는 라인 잡힌 옷은 도무지 몸에 맞지 않았다.

곱슬기 있는 머리는 한층 더 부스스해졌다.

임신 초기, 파마나 염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름이 되었지만 손톱과 발톱에 알록달록 색을 입힐 수도 없었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슬펐다.

퉁퉁 부은 부스스함이 낯설기도 했다.

여자로서 누릴 수 있었던 즐거움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품이 큰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한 장


그렇게 외관상으로도 임신임이 확연해진 그 때, 나는 처음으로 태동을 느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아이의 존재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배에 손을 올리고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이전엔 미처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행복감을 느꼈다.

엄마의 행복이란 게 이런 걸까.


'여자'에서 '엄마'가 되어간다.

분명 이전보다 더 큰 행복으로 가득하게 될 거라고,

어느 새 슬픔보다는 기대감으로 그득해진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