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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05. 2022

하프마라톤(20km) 도전기

매일 5km씩 뛰다가 문득 든 생각, 마라톤

185번째 에피소드이다.


문득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하프마라톤을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즉흥적이어서 잠시 미쳤다고 생각했다. 가장 빠른 마라톤 대회를 보니 경주 마라톤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벌써 마감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 뒤 인천 송도 마라톤이 10월말 개최되었고 다행히도 내 자리는 있었다.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극도의 ENTJ(퇴근 후 극도의 INTJ)인 나는 가끔씩 너무 즉흥적이어서 종잡을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풀코스마라톤을 단기간에 체력을 끌어올려 완주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하프마라톤은 해낼 수 있겠다 판단했다. 어쩌다보니 1년간 매일 5km씩 쉬지 않고 해내고 있다.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날엔 10km를 뛰어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코로나로 아파트 내 헬스장이 한동안 폐쇄되면서 러닝머신을 벗어나 바람과 경사진 코스를 뚫고 7.5km 코스를 40분 내외로 2개월 간 매일 주파를 해왔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란 단어가 달리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그래서 좋았다. 가끔은 풍경을 보고, 가끔은 타이머를 보고, 가끔은 딴 생각을 하며 오늘의 목표치를 달성해나갔다. 컨디션은 달라도 그에 맞게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법을 터득한 듯 하다.


현실적인 목표는 완주이고, 조심스레 예상해보면 2시간 초반대이면 좋겠다.

3주 간이 남아 재미를 진지, 그리고 목표지향적으로 바꾸면 된다. 당분간 러닝머신 뿐만 아니라 야외코스에 직접 나가 하루 5km 이상으로 절대적 양을 늘리고 적응하면서 가을바람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한다. 꼭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 그냥 재밌겠다. 논산훈련소에서 조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특급전사 과정도 무리없이 이수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즉흥적으로 해냈다. 혼자 뛴다는 건 한동안 나를 옥죄였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일단 너무 죽을만큼 힘들어서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는 무념 무상으로 만드는 도구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누구보다 혼자 이 악물고 뛰는 건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도 5km를 뛰고 와서 무릎을 최대한 풀었다.

그저 재미난 운동이었다면 소홀히 했겠지만 하프마라톤(20km)정도를 무리없이 완주해내려면 전체적인 몸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다 싶어 스스로 관리?에 들어간 나를 발견했다. 재미와 동시에 꽤 긴장하며 3주 준비를 하겠구나 싶었다. 첫 5백미터를 달려보면 그날의 컨디션을 바로 직감할 수 있다. '오늘 10km는 거뜬하겠다!' 또는 '와.. 오늘 겨우 해내겠다.' 이왕이면 전자였으면 좋겠다. 달리기는 몸 전체가 마치 멋진 음악회의 연주를 만드는 과정이다. 각기 다른 신체가 조화롭게 맞아 떨어져서 '증기기관차'처럼 속도를 내는데 조화가 깨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당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재밌겠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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