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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20. 2021

매일 5km씩 달리기

러닝머신으로 달리면서 깨닫는 삶의 개똥철학

여든다섯째 에피소드이다.


1년 전에 비해 십킬로를 감량했다. 천성이 게을러 십이요법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하나 가지는 원칙이 있다. 하루에 매일 5km씩 러닝머신으로 달리자는 것이다. 운동복 갈아입고 가서 30분 달리고 씻고 나면 딱 1시간이 지나간다. 그 이상은 쓸 시간이 솔직히 없다. 큰 변동사항이 없는 한 그 원칙만 지키자는 것이었다. 시간도 유동적으로 아침 일찍으로, 밤 늦게로 스케줄 맞춰서 집착적으로 실행했다. 건강하게 감량했는지는 모르지만 십킬로를 감량했고 올해까지 오킬로 더 감량할 예정이다. 예전 리즈시절 외모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이 많다.


매일 5Km씩 달리는 과정 속에서 무엇이 가장 힘드냐..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러닝머신 위까지 올라가는 그 시간이 가장 힘들다. 일에 지쳐 오면 침대가 그렇게 가까울 수가 없다. 그저 늘어져 침대에 몸을 누이면 세상만사가 귀찮아진다. 운동복 갈아입고 러닝머신까지 가는 그 수백미터의 거리가 너무너무 멀고도 험난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보면 헬스장 문닫는 10시에 가까워진다. 이를 악물고 간다. 스스로한테 약속했으니깐.!!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서 또 한번 위기가 찾아온다. '요새 너무 열심히 뛰어서 무릎도 아프고, 일도 힘들었으니깐 오늘은 그냥 걸을까? 뛰지말고'라고 걷는 것이 좋겠다고 계속적인 내적갈등 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시속 6km에서 조금씩! 조금씩! 올린다. 7km를 넘어가면 걷기보다 살짝 뛰는 것이 편한 속도다. 8km를 넘어가면 슬슬 뛴다. 여기가 중요하다. 갑작스레 속도를 올리면 '오늘은 쉬고 못하겠다!' 라는 체념을 해버리지만 슬슬 올리면 몸이 풀리면서 뛰는 폼이 올라온다. 9km, 10km, 11km, 12km, 13km 로 어느새 속도가 올라가있다. 그렇게 5km를 뛰고나면 항상 30분 내외가 걸린다. 매일매일 그렇게 보낸다.


참! 이 감정이 신기하다. 오늘도 딱 5km를 뛰고 씻고나서 브런치 글을 쓰고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러닝머신에서 깨닫는 삶의 개똥철학은 이런 감정이다. 우선 무대에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모션을 취한다기보다는 몸을 낮추고 폼을 올리는데 집중해야한다. 폼이 풀리면 슬슬 큰 모션을 취해도 부담스럽거나 무리가 가질 않는다. 결국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러닝머신으로 달리면서 깨닫는 삶의 개똥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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