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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Oct 09. 2021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으니.

아빠와 나만 아는 부산 광안리와 메로나의 추억

아흔칠곱번째 에피소드이다.


우선, 우리 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떤 면에서는 정말 돌아이다. 환갑이 넘었는데 불구하고 어떤 사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구가 창창하다 못해 넘친다. 사실 아버지와 친해진 계기도 이십대 중반을 넘어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부터였다. 괴짜같은 아버지의 기획력에 맞장구를 쳐주는 내가 아버지에겐 너무나 소중한 자문역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의 프로젝트를 같이 해봤는데 추진력은.. 광개토대왕이라고 보면 된다. 아버지란 관계를 떼고 냉정한 평가를 하자면 '디테일'은 조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스타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아버지에 관한 글을 딱! 한번 쓴적이 있다. 그만큼 청소년시기만큼은 나와 큰 교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소년시기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순간적 '가족해체'를 경험한 우리 집에 아버지는 없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브런치 글 '아버지의 삶'(https://brunch.co.kr/@com4805/6)에 정리해 놓았다. 그러던 와중에 오늘 문득 아버지와의 추억이 하나 생각나서 연재해 놓는다. 조금 웃긴 에피소드일 수도 있지만 초짜 아빠로서 섬뜩?하면서도 공감을 많이 살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혹시나 아버지가 이 글을 보신다면 내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혀를 내두르실 것 같다. 왜냐하면 까맣게 잊고 계셨을테니 말이다.


어렸을 적, 누나와 내가 아버지와 부산 광안리를 간 적이 있다. 어머니가 없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난 바다가 너무 좋았고 하지만 해류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아버지는 피곤했는지 백사장에 누워서 우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잠들었는지.. 그렇게 있었다. 내 생각은 이랬다. '아버지한테서 그대로 직진으로 걸어 바다에 들어가서 재밌게 놀다가 다시 뒤로 돌아 그대로 직진으로 나오면 아버지가 누워있는 곳으로 오겠지?' 누나랑 바다에서 놀다가 사람에 치여 헤어졌고 내가 생각한대로 그대로 뒤로 돌아 걸어나왔는데 아버지가 없었다..!! '뭐지?'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해류에 조금씩 밀려 옆으로 이동해 내가 생각한 방식은 전혀 현실성이 없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아저씨 바지가랑이를 잡았는데 너무나 다행히도 선한 분이셔서 나를 '미아보호센터'로 데려주셨다. 그때 기억에 남는 건 '짜장면'이다. 내가 배고파보였는지 짜장면을 주셔서 먹고 있는데 아버지가 헐레벌떡 나를 찾으러 왔다. 그렇게 다시금 '가족상봉'은 이루어졌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가 잠시 나를 좀 보자고 했다. '메로나'를 길가에 걸터앉아서 먹으며 딱! 한마디를 했다.


"오늘 있었던 일, 엄마한테 절대 말하면 안된다."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으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성동일(아버지)이 혜리(딸)에게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이런 말을 하는 대목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다. 무언가를 처음해보면 실수를 많이 한다.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아는 것도 없고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아버지'가 되는 건 단순히 일정기간 프로젝트를 수주받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장'이 되는 것이다. 그 시기에 한번의 실수가 없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그 기간 속에서 하나씩 배우고 실수를 줄이고 '더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하는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잘 버텨왔다.



커피 한잔의 여유

국회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CEO, 변호사(로스쿨준비생)


소개      

김인호입니다. 20대에는 사회적기업가로 살았습니다. 30대에는 국회비서관, 스타트업CEO, 변호사로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40대에는 제 생각을 펼치며 사회를 설득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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