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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연 Oct 08. 2024

걱정

: S에게

S에게



 힘든 시간을 지나오고 그래도 제법 괜찮은 나날들이 우리 앞에 있어. 지난날의 힘듦을 온전하게 이해해줄 사람이 제한적이라서, 아마 S, 나와 닮은 길을 걸어온 너도 너의 깊은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 그래서 조금은 답답하겠지만 아무렴 어때. 이까짓 답답함에 비하면 우리가 얻은 해방감이 훨씬 크잖아.     



 누군가가 가진 고민이나 걱정의 크기는 감히 다른 누군가의 것과 비할 수 없다는 말을 얼마 전에 들었어. 동의해. 내가 가진 아픔이 크다고 해서 타인의 아픔이 나보다 더 작다고 생각하진 않아. 개개인의 아픔은 각각의 당사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전부가 될 수 있어서 함부로 가벼이 판단하거나 대해서는 안 된다고 나도 종종 이야기하고는 했거든. 우리 주변엔 상대방의 아픔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존재하잖아?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따위의 말들을 던지면서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는 자신이 가진 각각의 고민의 무게를 비교해볼 수는 있겠지. 어느 것이 더 가볍고, 조금 더 무거운 지를 말이야. 그래서 난 지금 내가 가진 고민이 그저 가볍게만 느껴져. 고민과 아픔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무거워질 수 있는지를 이미 알기 때문에, 지금의 고민들은 얼마든지 돌파 가능한 영역의 수준이라고 여긴달까. 그렇게 생각하면 참 다행이지.     


 난 끝없는 도전의 길을 걷고 있어. 끊임없이 나의 한계를 시험하고, 걷지 않은 길을 걷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길을 선택하며 나아가고 있어. 그런 삶 속에서 걱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저 선택하고 도전할 수 있는 현재라는 데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로 했어. 결국 이 걱정들은 내가 이런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까.


 어떤 삶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잖아. 내게 선택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거나.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울고 좌절했는지, 지금 다시 한번 울더라도 그 때를 잊지는 말자. 그런다면 우리는 결국 이 시기를 다 이겨낼 수 있을 테니. 우리 앞의 울타리보단, 울타리 너머 하늘의 별을 보며 살자.    


 

 그래서 난 오늘도 끊임없이 걱정하고, 동시에 또 나아가. 걱정은 하겠지만 내 걸음을 결코 멈추지는 않을 거야. 그러다 보면 이 걱정 또한 지나쳐 가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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