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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연 Oct 04. 2024

꽃을 선물한다는 것

: K에게

 수많은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너를 생각하지 못했다니. 세상에. 그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올까 싶었는데 정말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넌 어떻게 지냈을까.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살면서 문득문득 네가 떠오를 때마다 가끔 궁금했었다. 너의 지난 기억 속에 나라는 사람은 아직 남아있을까 하는 물음도. 아마 너에게 난 그렇게 친하지조차 않았던 수많은 친구 중 한 사람이었을 테니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아.     



 꽃의 꽃말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건 너를 좋아하게 되고서부터였다. 난생처음으로 느낀 감정에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서투르기도 했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나의 풋내 나던 시절의 이야기. 너에게 직접적인 표현을 대신할 거리를 찾아 헤맸다. 좋아한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뭐라 말해야 내가 도망칠 시간 동안 너는 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내가 숨어버렸을 때 즈음 알아채줄까 하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던 꽃의 꽃말부터 외워버렸던 그 시절.     


 그중 네게 내 마음을 표현할 단 하나의 꽃이 바로 벚꽃이었어. 너는 물망초의 꽃말을 알까? 이건 너무 흔해서 제법 많은 이들이 알거든. 하지만 벚꽃이 물망초와 꽃말이 같다는 건 몰랐겠지. 난 내 마음을 드러내기가 너무 쑥스러웠고 듣자마자 네가 바로 알아챌 만한 그런 꽃을 전하고 싶진 않았어.



 다른 꽃들의 꽃말에도 으레 유래가 있듯이, 벚꽃의 꽃말에도 유래가 있어. 너는 버찌를 먹어본 적이 있을까? 사실 나는 없어. 그저 말로만 들어봤을 뿐이야. 벚나무의 열매인 버찌는 빨갛고 아주 예쁘지만, 막상 먹어보면 굉장히 시고 써서 한 번 먹은 사람들은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꽃말이 바로 이거래. 

    

나를 잊지 말아요



 처음 느낀 심장의 파동이었고, 나 스스로가 아주 서투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던 만큼 너의 마음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어. 그때의 나는 단지 네가 시간이 지나서 나라는 사람을 잊지 않길 바랐지. 그저 좋아하기만 해도 행복했고, 그뿐이었기에 서글펐던 이야기. 그렇게 나는 홀로 너를 좋아했고, 너에 대한 마음을 홀로 접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못 하고 끝내지는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지. 그 덕에 나라는 사람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 말이야.


 소심했던 나는 누군가에게 평생 사랑받을 일이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사랑도 받아봤고 그 사랑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 시간 속에서도 벚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나는 흩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너를 떠올렸다. 나를 이만큼 성장시킨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하고.


     

 바로 얼마 전 또다시 벚꽃이 만개했고, 이젠 산산이 흩어져 꽃비가 내리는 계절이 되었어. 흩어지는 나의 오래된 낭만 속에서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다시금 꺼내어 본다. 아리고 저렸던 마음을 나는 여전히 기억해. 너는 나를 잊었어도,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안녕, 나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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