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에게
S에게
안녕. 안녕이라는 말은 참 묘하지 않아? 영어로는 인사말이 나뉘잖아. 만났을 때는 Hello, 헤어질 때는 Good bye 이런 식으로 말야. 그런데 우리는 만날 때와 헤어질 때가 인사가 같아. 만날 때도 안녕. 헤어질 때도 안녕. 그래서 가끔 나는 누군가와 이별하기 전이면 만나는 인사에 또 다른 마음을 함께 담기도 해. 상반된 두 마음을 품고서 안녕. 진심으로 안녕.
벌써 우리가 안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참 빨라, 그치. 처음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는 잘 통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편하고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네가 나를 향해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는 심장이 쿵하고 머리까지 아찔하게 울리던 감각이 선명했어. 내가 꼭 사춘기 소녀가 된 것처럼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어 어쩔 줄 모르겠더라.
사람과,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해 잘 아는 네가 나를 읽어내고 복잡하게 요동치는 내 마음을 한순간에 가라앉혔을 때는 정말 신기했어. 살면서 내 머릿속이 그렇게 잔잔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니, 있기는 했는지. 네가 나에게 선물해준 모든 순간들은 꼭 마법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그런 사람이었지.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사랑보단 일에 욕심이 더 많은 사람이었어. 너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늘 다른 일들이 먼저였던 거지. 차라리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서운하다 했으면 나았을 텐데. 너는 내 욕심을 이해해주고 되레 미안해했어. 나에게 언제 시간이 비는지 묻는 것조차 미안하다면서. 그건 네가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니었는데도.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 때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 그때야 나는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 과연 이 관계가 맞는 걸까 하고 말야.
한 번의 헤어짐, 그리고 결국 다시 만나게 된 우리. 그리고 처음과는 또 다른 지금의 우리 사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설렘이 남지 않은 우리 관계에서, 내가 편안함과 권태감을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오래 고민했어. 네가 너무 좋은 사람이고, 그게 너무 편안한 나머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 감정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오랜만에 너를 만나고 깨달았어. 나는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너와 함께 있는 나는 언젠가부터 함께하는 것들을 욕심내지 않게 되었어. 어딘가로 떠나거나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순간들 속에 나는 이미 너를 마음에서 떠나보낸 것 같더라고.
헤어짐의 순간에 악역을 맡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네가 좋은 사람인 만큼 더 어려웠어.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너는 이미 알고도 모른 체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더는 내 감정을 네가 설명하도록 두지 않을게. 오랫동안 미안했고, 고마웠어.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 이제 헤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