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버릴지라도 타오르는 촛불처럼

: B에게

by 홍연

B에게



안녕 B. 오늘도 우리 참 수고 많았다. 그렇지? 살아간다는 게 어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너도, 나도 같은 걸 느끼고 있기에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웃음 속에 숨은 눈물을 잘 알아채는지 몰라. 유난히 힘든 날 웃으며 네게 전화하는 나나, 어느 날 실없이 장난치며 내게 연락하는 너의 마음은 아마 다르지 않을 테지. 등을 마주 대고 앉은 두 사람처럼,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각자의 힘듦을 이겨내고 있는 거야.



그러다 이번엔 내가 멈춰 섰다. 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데,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참 많잖아. 갑작스럽게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앞을 막아버린 장애물에 난 당황해버렸어. 내가 가는 길이 쉬운 길이 아닐 거라는 걸 알고 시작했으면서도, 가끔은 차오르는 절망감을 주체할 수가 없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 발목을 낚아채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니까. 천천히 걸어가다 발목을 잡히면 그저 멈춰설 뿐이지만, 힘껏 달리다 발목이 잡히면 난 그대로 넘어져 버릴 수 밖에 없는 걸. 내가 많이 노력한 만큼 더 아프고 절망스럽더라고.



‘내가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 삶은 얼마나 달랐을까’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차올라. 달랐을 거야. 분명히 달랐을 거야. 나도 알아. 알고도 선택했던 건 과거의 나 자신이니까. 그치만 ‘얼마나’ 달랐을지는 궁금하기는 해.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과연 나는 편안했을까. 아니면 지금보다는 조금 ‘덜’ 고생하는 정도에 그쳤을까. 그때의 나는 바보같은 선택을 했던 걸까?



자꾸만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늘어가고, 욕심내던 무언가를 이 악물고 놓아야할 때의 절망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그렇게 또 하나 포기하고, 울적해진 마음에 네게 연락을 했다. ‘하고 싶었어’라는 내 말에 너무나도 명료하게 ‘그럼 해야지’라고 말하는 너를 보며 힘이 났다. 다른 장애물은 중요치 않다는 듯이, 내가 품고 싶었던 그 말을 정확하게 읊는 너에게서, 한때 무모하게 시도하고 도전하던 내 모습이 보여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한 일에 기적처럼 다시 한번 기회가 생기고, 네 말처럼 ‘하고 싶으면 해야지’하고 어려운 도전을 시작해.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신은 없어. 하지만 되돌아보면 내가 이뤄낸 대부분의 일은 언제나 내 한계를 뛰어넘는 것들이었어. 나는 그런 고민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무작정 시작하고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시간을 쪼개 서류를 준비하고, 지원서를 제출하고서는 속이 너무나 후련했다.


포기해야겠다 마음먹고서 내내 ‘오늘 내가 한 포기를 과연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되새기던 것이 사라졌거든. 또다시 내 체력이 한계에 부칠 때까지 나를 몰아붙이게 되더라도, 적어도 나는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잖아. 네 말마따나 그 어떤 상황적 조건에도 그저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야.



그리고 오늘 문자 하나를 받았어. 그게 오늘 너에게 편지를 쓴 이유야. B. 나도 내가 위태롭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그런데,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거기에는 나를 위함이 아니라 내 빛이 주변에 따스함으로 전해지기를, 그들의 앞을 밝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어. 설령 그 과정에 내가 희생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어쩌면 지쳐 흔들리고 있던 내 초심을 네 말 덕에 잊지 않을 수 있었어. 이 모든 결과는 네 덕이야. 그리고 난 이렇게 누군가로부터 얻은 응원과 호의를 동력 삼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를 태울 거야. 내가 스러지는 그 순간까지 말이야. 고마워. 나 더 힘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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