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

: J에게

by 홍연

J에게



잘 쉬고 있나요? 프로젝트도, 학회도 마치고 제법 안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습은 퍽 부드러웠어요. 한참 날이 선 채로 일을 마치고 회식 자리에 모였을 때와는 달리 이번 모임에서는 다들 편안하게 웃는 모습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두 달 만에 만나 반가웠고,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라 무척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나는 당신에게 한참 모자라니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많이 배우고 내 세계가 확장되고 있음을 느끼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언제라도 즐거운 일이지요.


나와는 다른 취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글을 썼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게 된 소식이었어요. 줄곧 글쟁이로 살아온 내게는 귀가 확 뜨이는 주제일 수밖에 없었지요. 최근 들어서는 많이 바빠진 탓에 책 한 글자 읽기도 쉽지 않았는데, 당신이 쓴 소설이 있다고 하니 꼭, 바로 읽어보겠다는 약속을 했지요. 그리고 나는 정말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당신의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어요.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었는데, 읽는 내내 생각보다 깊고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많아서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요. 게다가 읽고서 생각해볼 만한 철학적 주제도 제법 많아서 나는 한참 이리저리 생각하기도 했지요. 당신은 내게 피드백을 달라 부탁했지만, 내가 어떻게 타인의 글을 함부로 평가할까요. 내가 당신의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당신이 작가, 나는 독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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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행위는 참 대단하지 않나요.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나는 독자를 억지로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세계를 통해 이해시킬 뿐이지요.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풀어나가는 사건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서는 성찰의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해요.


그날 나는 당신이 만든 세계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나란히 걷는 존재였어요. 그들의 말을 통해 나도 함께 깨달음을 얻는 연속이었지요. 그의 아득한 꿈을 함께 보고, 새벽녘의 푸르른 초록을 함께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더듬어갔어요.



나의 이런 여정이 그 세계를 창조한 당신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될지 저는 알아요. 나도 그런 글쟁이니까요.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세계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 한 즐거움이 또 없죠. 처음에는 글을 쓰기 시작한 당신에게 그런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시작한 독서였으나, 가면 갈수록 모처럼 하는 독서가 몹시 즐거웠어요. 그래, 나는 이런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오랜만의 만남, 오랜만의 독서. 반가운 감각을 많이 선물한 당신께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바쁘게 살다 또 어느 날엔가 반갑게 다시 만나기로 해요. 우리 둘 다 그때까지 몸 건강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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