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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Feb 24. 2018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 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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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관련하여

1. 키워드로 읽기  '태초의 결합'

2. 키워드로 읽기  '색의 의미'

3. 키워드로 읽기  '언어의 실패'

4. 비평 

순으로 포스팅될 예정입니다.



키어드로 읽기 2. 색의 의미


영화의 바탕인 푸른빛

영화는 시종 푸른 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바다는 물론이 엘라이자가 일하는 연구센터, 그녀의 집이나 옷 조차 푸른빛을 띤다. 이는 영화 전체가 바닷속에서 진행되는 느낌을 전달하거니와, 어두운 푸른색 특유의 신비감과 폐쇄성, 그리고 아득한 역사성을 부여한다. 어느 작은 마을의 바닷속 전설 같은 느낌을 부여하는 것이다.


붉은색의 이중적 의미

푸른색은 '물'을 상징하며 영화의 기본적 질서로서 자리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이와 상반되게 제시되는 색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붉은색이다.


영화의 초반에 붉은색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연구소의 책임자 '스트릭랜드'다. 엘라이자는 화장실에가 떠난 자리에 남은 붉은색 피를 목격한다. 그상관의 전화를 받는 사무실의 전화기 역시 붉은색이다. 이때 적색은 권위를 내세우며 상대를 상처 입히는, ' 붉은색'으로서 존재한다. 여기까지 보면 스트릭랜드가 적색을 소유하며, 이것이 폭력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좀 다른 점이 느껴진다. 어인(魚人, 괴생물체)과 사랑을 나눈 후 엘라이자는  신을 신는. 마지막 결합의 장면에서도 그녀는 붉은 옷을 입고 있다. 즉, 어인과 접촉할 때마다 엘라이자의 몸에 붉은빛이 새겨지는데, 이것은 사랑과 생명의 의미로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엘라이자의 방 문에서 시작된 적색의 이미지는 영화관의 간판과 문, 좌석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영화관에서 다시 만난다. 엘라이자와 어인의 사이에서 붉은 색은 줄곧 긍정적인 의미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릭랜드가 지니는 붉은색도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는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공격당할 때 몸에 붉은 피를 묻힌다. 그는 붉은 색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전달받는다. 따라서 붉은색의 의미는 고정적이지 않으며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인과 엘라이자 사이에서는 '사랑과 회복'으로, 스트릭랜드 사이에서는 '폭력과 살인'으로 발현된다.


그런 맥락에서 스트릭랜드와 상관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붉은 전화기'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전화기는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만 효용을 지니는 물건이며, 음습하고 폭압적인 붉은빛으로 제시다.


대지의 노란빛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색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란색이다. 스트릭랜드의 집은 대체로 노란 톤으로 맞추어져 있으며, 옆 방 남자 자일스의 방 역시 노란 톤(보다 살짝 더 따듯한 브라운 톤)이다. 스트릭랜드의 집이나 자일스의 방 모두 어인-엘라이자로부터 동떨어진 세계에 속한다. 따라서 이 공간은 바다와 대비되는 토지의 황토색에 가까운 색으로 등장한다.


색, 뒤집어지다

이 부분은 비평에서 더욱 자세히 룰 예정인데, 영화에서 질서가 뒤집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 전환의 순간은 색의 차원에서도 드러난다. 자일스는 회사로부터 파이바꾸라는 요구를 받는다. 결국 자일스는 그림을 팔지 못하고 버림받는데, 이것은 색을 바꾸길 요구 받은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다.


스트릭랜드는 자동차를 사러 가서 옆에 있는 크고 노란 차를 두고, 굳이 초록색 차를 산다. 그는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초록색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낸다. 질서를 거스르는 이러한 행위는 자일스 일당에 의하여 (차가 박살 나는 형태로) 징벌받는다.

후에 스트릭랜드는 아내가 권하는 초록색 젤리를 먹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초록색을 욕망하지 않으며, 이는 영화의 질서가 다시 되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붉은빛을 되돌려주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트릭랜드는 어인과 엘라이자에게 총을 쏜다. 나의 총알이 상대의 몸을 관통하는 것은 타인과 관계 맺는 가장 폭력적인 방식이다. 어인은 스트릭랜드에게 다가가서 그의 목을 후려치고, 그목에서 붉은 피가 쏟아진다. 이것은 어인이 스트릭랜드부터 받은 피의 붉은빛을 그대로 돌려주는 행위다.     


그리고 어인은 엘라이자를 안고서 물 속에 잠긴다. 그가 그녀에게 접촉하는 순간 그녀의 목에 난 생채기가 벌어지며 선명한 붉은빛을 띤다. 빨간색 코트 때문인지 엘라이자의 몸에도 온통 붉은빛이 감돈다. 어인이 그녀로부터 받은 사랑의 붉은빛이 다시 엘라이자에게 되돌아간다. 이로써 그는 모두에게 각자의 붉은빛을 되돌려준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는 탄탄한 서사를 지니지만, 영화 안의 별개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것은 은밀하게 숨겨진 또 다른 서사로도 볼 수 있다. 온통 푸른 세계, 그것과 동떨어진 노란빛, 때때로 드러나는 붉은색의 흐름, 느리고 유려한 그들만의 질서. 마지막에 엘라이자와 어인은 푸른 바다로 돌아와서는 피의 붉은색을 떠나보내고 끝내 생명의 붉은빛을 완성한다. 결국 <셰이프 오브 워터>는 깊고 어두운 푸른빛 안에 들어온 한 조각 붉은빛에 관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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