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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Sep 15. 2019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읽기

책이다 라이브 독서모임 11회차


1.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
일본의 소설가. 1909년에 태어났으며, 39살이 되던 해인 1948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 1936년에 첫 작품집인 <만년>을 간행하였고, 자살하던 해에 대표작인 <인간실격>과 <앵두> 등을 마무리 하였음.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난 당시 그의 아버지는 현의 회의원과 중의원, 귀족원 의원 등을 맡은 현지의 명사였으며, 그의 집안 역사 ‘가나키의 영주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망 있는 집이었다고 알려짐.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병약하고 아버지는 공무로 바빠 주로 유모의 손에서 자라났음. 소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당시까지는 교내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공부를 잘 했으나, 고등학교 입학 후 작가 지망과 함께 좌익 운동에 눈을 돌리며 공부를 우선시하지 않게 되었음.
이후 그는 프랑스 문학에 대한 동경 하나만을 가지고 동경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했으나, 높은 수준의 강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함. 여기에 더해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한 탓에 운동에만 몰두하였으며, 결국 대학은 거듭된 유급과 수업료 미납으로 인해 제적되게 되었음. 이 시기 그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이부세 마스지의 제자가 되었으며, 이때부터 본명인 쓰시마 슈지가 아닌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되었음. 1933년 단편소설 <열차>를 발표하였으며, 이듬해인 1934년에는 동료 문인들과 합심하여 문예지 <푸른 꽃>을 창간하기도 하였음. 이후 1936년 자신의 첫 단편집 <만년>을 간행하였으며, 1938년에는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해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후지산 백경>, <직소>, <다려라 메로스> 등의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음.
그는 총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생을 마감하였음.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계급’을 고민하다 카르모틴 자살을 시도하였으며, 18세의 나이에는 동거 중이었던 다나베 시메코와 투신자살을 기도하였으나 그의 연인만 세상을 떠나게 되었음. 마지막 자살 시도는 1948년 6월 13일로, 애인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동반자살하였으며, 그의 자살 이유로는 도미에에 의한 억지 정사설, 희극 심중 실패설,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졌다’는 유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컨디션 저하설, 다운 증후군을 앓는 외아들의 처지에 대한 비관설 등으로 다양함.

2. 작품 만나기
<인간실격>은 ‘서문’과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의 총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 이중 후기는 작품 속에서 세 편의 수기를 발견한 인물(나)이 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이며, 서문에 등장하는 세 장의 사진은 소설의 본 내용인 세 편의 수기 속 주인공(요조)을 암시하는 내용임.

(1) 첫 번째 사진과 ‘첫 번째 수기’
첫 번째 사진의 내용 : “애초에 이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 이 아이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남자의 유년 시절이라고 해야 하나, 열 살 전후로 보이는 사진인데, 그 아이가 많은 여자에 둘러싸여 굵은 줄무늬 하카마를 입고 정원의 연못가에 서서 고개를 삼십 도 정도 왼쪽으로 갸웃한 채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흉하게? 둔감한 사람들이 심드렁한 얼굴로 “귀엽게 생겼네요”하고 적당히 입에 발린 소리를 해도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게 들릴 정도의, 말하자면 통속적인 ‘귀여움’의 흔적이 그 아이 얼굴에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추함을 알아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보자마자 대뜸, “정말 찜찜한 애네”하고 몹시 불쾌한 듯 중얼거리고는 송충이라도 털어 내듯이 그 사진을 팽개칠지도 모른다.

첫 번째 수기의 내용 : “참 부끄러운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시골의 부잣집에서 태어난 요조는 ‘너무 순수하다면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남과는 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다. 배고픔을 비롯한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는, 서로를 속이면서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됨. 그리고 이로 인해 온전히 사람과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된 그는 인간을 향한 마지막 구애로서 익살(광대)짓을 하게 됨. 하지만 이 역시 가정부 혹은 하인에게 몹쓸 일을 당하고도 이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힘없게 웃는 인간의 모습에 불과하였음.

Q. 그는 왜 ‘부끄러운 생애를 보냈다’고 말할까?
Q. 나는 타인에게 ‘솔직’한가?

두 번째 사진의 내용 : “하지만 이 역시 신기하게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인지 대학교 때인지 분명하진 않은데 좌우지간 엄청난 미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신기하게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략) 이번에도 역시 웃고 있다. 이번 사진에서는 쪼그랑 원숭이의 웃음이 아닌 제법 기술적인 웃음을 짓고 있기는 한데, 어딘가 인간의 웃음과는 다르다. 피의 무게라고 하나, 생명의 깊은 맛이라고 하나, 그런 충실감은 티끌만치도 없이 그야말로 새처럼, 아니 깃털처럼 가볍게, 그저 백지 한 장처럼 그렇게 웃고 있다. 한 마디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식적인 느낌이다.

두 번째 수기의 내용 :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에도 상처를 잆습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의 행동은 여전히 가식적이다.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그는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지 않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기술, 즉 ‘광대짓’이 간파될 것 같아 늘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이후 그는 도쿄의 고등학교로 전학하고 화방을 다니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호리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술과 담배, 매춘부와 좌익사상을 알게 된다. 그는 그것들이 일시적으로나마 인간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수단임을 배우지만, 그럼에도 여러 속박으로 도피하지 못한 채 방황할 뿐이다.
결국 자신과 다를 바 없이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는 카페의 여급과 동반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이마저 실패한 그는 혼자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를 추궁받게 된다. 이후 아버지의 지인을 인수인으로 석방되게 되었지만, 혼란함은 계속 된다.

Q. 행복에 상처를 입어본 경험이 있는가?
Q. 고통으로부터 회피(또는 도망, 극복 등등)하는 자신만의 방법은?

세 번째 사진의 내용: “하여간 어디가 어떻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하고 기분 나쁘게 만든다. 나는 이렇게 희한한 얼굴의 남자는 역시, 살면서 처음 봤다.”

나머지 한 장의 사진이 가장 기괴하다. 이건 아예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머리는 희끗하게 센 것처럼 보인다. (중략) 이 사진에는 얼굴이 꽤 크게 찍혀 있어서 생김새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마도 평범하고 이마의 주름도 평범하고 눈썹도 평범하고 눈도 평범하고 코도 입도 턱도 평범한 게, 하아, 이 얼굴에는 표정만 없는 게 아니라 인상이라는 것 자체가 없구나. 특징이 없다는 소리다. 예를 들어, 내가 이 사진을 보다가 눈을 감는다고 치자. 나는 그새 이 얼굴을 잊어버린다. (중략) 눈을 뜬다. 맞다, 이런 얼굴이었지, 이제 생각나네, 하는 기쁨조차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눈을 뜨고 다시 그 사진을 들여다봐도 생각나지 않을 지경이다.

세 번째 수기의 내용 :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자살 시도 등의 여파로 그는 고등학교에서 퇴학 조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인수인의 집에 머물게 되지만, 그로부터 장래를 추궁받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게 된다.
이후 파괴적인 여성 관계에 몰두한 그는 조금의 의심도 없는 순수한 여자 요시코가 강간당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 상처로 인해 어떤 인간을 만나든 더욱 더 의심하게 되고, 공포에 떨게 된다. 결국 그는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게 되고 술과 모르핀에 중독되고 만다.
결국 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는 친가에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인수인과 호리키가 찾아와 그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게 된다. 그는 자신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게 된 것을 알고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고 평가한다. 수 개월의 입원생활 후 폐인이 된 채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저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 세상에서 딱 하나 진리 같다고 느낀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Q.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Q. 그는 정말로 인간 ‘실격’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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