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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펭귄 Apr 03. 2017

매일 열이 나요

요즘 매일 열이 난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매일 열이 나요'라고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대부분은 '우리 아이가 열이 자주 나요.', '아기가 매일 열이 날 때는?' 처럼 어린아이에 대한 것이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청소하면서  멀리 치워버린 게 생각이 났다. 찾으러 가다 짜증이 났다. 얼마전 나쓰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라는 수필집을 보았다. 나쓰메 소세키는 주로 위장병으로 아팠다. 아프면 보통 한 달은 아팠는데, 밖으로 나가질 못해서 유리문 안에서만 세상을 관찰했다고 한다. 나는 아픈데도 잘도 나간다. 이러면 긍정적인 해석이고, 사실 나가야 한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 중에는 자주 아팠던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야기는 아픈 사람이 아프지 않을 때 힘이 된다. 아플 때는 사람이 비관적으로 바뀌기때문에, 미담을 아름답게 읽지 않는다. 나는 사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본 적도 없다. 자주 아팠던 사람이라고 먼 미래에 주장할 수 있을까. 열 살쯤 되었을때 외할머니 병문안 가서 먹은 병원밥이 정말 맛있었다. 고등어조림이 반찬으로 있었는데 흰 쌀밥과 같이 생선살과 무를 먹는 데 나도 모르게 외할머니 밥을 다 뺏어먹었다. 지금 입 맛이 없어보니 왜 외할머니가 식사를 흔쾌히 주셨는지 이해가 된다. 물론 손주를 사랑하셔서겠지. 나는 다른 사람을 나에 대한 유비추리를 통해 이해한다. 대체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교보문고에 들렸다. 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안 가볼 수는 없었다. 서점은 내가 열등감을 치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나, 효과가 없을 때도 있다. 밀란 쿤데라 책을 네 쪽 정도 읽고 서점을 어슬렁 거리다 아는 사람을 두 명이나 봤다. 나를 보면 불편할까봐 빨리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것이 내 유비추리의 결과였다. 그리고 열등감은 치유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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