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사용 설명서

Chapter 2. 창작자의 ‘쉬는 날’ 사용법

by 유혜성

Chapter 2. 창작자의 ‘쉬는 날’ 사용법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요… 그게 안 되더라고요.”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창작도, 편집도, SNS도, 필라테스도, 사람도… 모두 잠깐 스톱.


“오늘 하루만큼은 뇌를 공백으로, 정말 리셋하자!”

딱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나는 조용히 필라테스 기구 체어 위에 앉아 있었다. 쉬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동작을 만들고 있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갑자기 필라테스 기구 리포머랑 ‘콜라보’하면 좋을 동작이 하나 번쩍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는 자막처럼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고관절 앞쪽 열기에 좋겠다.”


책에 밑줄 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게 자동으로 나올까?

아마 내 안에 ‘몸생각 회로’가 기본 탑재된 모양이다.


나는 필라테스 강사다. 그리고 창작자다.


창작자란 이런 사람이다


창작자는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 창의성을 도저히 참지 못해서 결국 해버리는 사람이다.


그게 나고,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지도.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한다!”라고 굳게 결심했던 나는, 몇 시간 뒤 아이패드를 켜고, 영상을 찍고, 심지어… 편집까지 해버렸다.


결론은 하나다.

창작자에게 ‘아무것도 안 한 날’은 없다.

그날은 단지 조금, 보이지 않게 창작했을 뿐이다.


창작자의 자문자답 Q&A


나는 창작하는 중입니다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Q.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왜 자꾸 뭔가 하고 싶죠?

A. 그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이미 ‘되고 있는’ 상태예요.

창작자는 무의식도 작업 중이거든요.

몸은 눕고 싶어도, 마음은 조용히 백그라운드에서 파일을 계속 돌리고 있어요.


Q. 진짜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돼요?

A. 돼요.

근데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하긴 힘들걸요?

마음은 이미 다음 아이디어의 예고편을 슬쩍 틀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게 창작자예요. 일 안 해도 콘텐츠는 돌아가는… 그런 뇌 구조


Q. 하루쯤은 나도 빈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 안 되죠?

A. 당신은 ‘빈 사람’이 아니라, ‘끓는 사람’이에요. 약한 불로도 오래 끓는 사람. 지금도 조용히, 천천히, 계속 데워지는 중이죠.


Q. 이거… 혹시 창작 중독인가요?

A. 네.

증상은 ‘창작 + 성취 + 기쁨 + 약간의 피로’.

치료보다는 ‘관리’가 필요한 중독이에요.

창작 후 하루 세 번 물 한 잔, 걷기 10분, 하늘 한 번 보기.

그 정도면 부작용, 감당할 만하죠.


Q. 이건 병 아닌가요? 과잉 창작 증후군 같은…

A. 맞아요. 근데 꽤 괜찮은 병입니다.

부작용은 생산력 증가, 잦은 기쁨, 약간의 피로. 이 병은 ‘살짝 기분 좋은 열’처럼 계속 당신을 데워줍니다.


Q. 창작 안 하고 놀면 불안해요. 나 이상한 사람인가요?

A. 아니요, 당신은 ‘생산으로 힐링하는 타입’입니다.

누군가는 필라테스, 요가로 힐링하고,

당신은 아이디어 한 줄로 숨을 쉽니다.

그게 당신만의 회복 방식이에요.


Q. 쉼은 창작을 방해하나요?

A. 전혀요.

쉼은 창작의 쌍둥이입니다.

멈춰야 비로소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쉼은 창작의 숨 고르기예요.


Q. 정말 쉼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해야 하죠?

A.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쉬는 것도 콘텐츠다.”

몸은 눕고, 뇌엔 “충전 중”이라는 표지판을 붙이세요.

그 순간조차 창작의 일부가 됩니다.


창작자 사용설명서

(쉼에도 창작하는 당신에게)


쉬는 날, 창작 충동이 올라올 때 대처법


1. 충동은 본능이다.

억지로 멈추려 하지 마세요.

떠오른 아이디어는 “해치지 않아요.”

그냥 조용히 메모장에 담아두면 됩니다.

생각은 기록해 두면 더 오래 숨을 쉽니다.


2. 창작은 유연한 근육이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를 억지로 쥐어짜려고 하면 오히려 더 막힐 수 있어요.

쥐어짜기보다는, 산책 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세요.

힘을 뺀 그 편안한 순간에 좋은 문장이 툭, 하고 튀어나올 때가 많거든요.


3. ‘비움’도 창작의 또 다른 모습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요.

마음속 프로펠러는 은근히 계속 돌고 있거든요.

창작자의 뇌는 조용한 척하면서도 바빠요.

바람은 멈추지 않고, 아이디어는 그 바람을 타고 슬쩍 날아들어요. 마치 참기 힘든 웃음처럼요.

안 하려 해도 자꾸 떠오르죠. 비운다고 창작이 멈추진 않아요. 그게 우리 창작자의 기본 세팅이니까요.


4. 불쑥 찾아온 아이디어는 환대해 주세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면,

“잠깐만, 메모부터 할게”라고 말해보세요.

아이디어도 존중받고 싶어 하거든요.

가끔은 기꺼이 받아준 아이디어가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해요.

흘려보내지 말고, 잠깐만이라도 붙잡아 두세요. 무심코 흘려보낸 그 한 줄, 나중에 보면 보석처럼 빛나 있을지 몰라요.


5. 자주, 자주, 자주, 열어두세요.

아이디어는 갑자기 오는 것 같지만,

사실 자주 마음을 열어두는 사람에게만 옵니다. 열어둔 창에만 바람이 들어오듯이요.

생각의 창을 열어두세요. 일상 속 대화, 풍경, 감정들에 자주 말을 걸어보는 거예요.

‘익숙한 거리’가 ‘새로운 장면’이 되는 순간, 창작은 시작됩니다.


6. 쉴 땐 쿨하게 쉬고, 떠오르면 쿨하게 적는다.

억누르지 말고

“오! 나 또 떠올랐네~” 하고 셀카처럼 기록해 보세요. 그게 창작자의 여유입니다.

쉬어도 창작하는 당신, 그게 당신 다운 거예요.


덤으로 드리는 팁!


영감이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잘 써먹는 4가지 방법


1. 이름을 붙여주세요.

떠오른 아이디어는 갓 태어난 아기예요.

이름이 있어야 부를 수 있고, 부르면 정이 생겨요.

“이건 ‘우울한 햇살’ 프로젝트로 저장~”

이름 붙이면 그 아이디어, 갑자기 존재감 뿜뿜!


2. 쪼개서 간직하세요.

한꺼번에 다 하려 하지 말고,

한 줄 메모, 한 컷 상상, 한 문장 느낌…

작게 쪼개서 주머니 속 사탕처럼 가지고 다녀보세요.

언젠가 꼭 꺼내 쓰게 됩니다.

진짜예요. (우리는 늘 놀랍게 연결하니까요!)


3. ‘잠깐만요’ 녹음법

진짜 급할 땐 메모 말고 녹음 앱 켜서

“이거 지금 갑자기 떠올랐는데요…”라고 말하세요. 그 말투, 숨소리, 당황함까지 다시 들으면 창작 욕구가 200% 리셋됩니다.


4. 아이디어에게 편지 쓰기

“오늘 찾아와 줘서 고마워.”

“너 나중에 꼭 써줄게. 지금은 좀 바쁘지만.”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한테 편지처럼 남겨보세요.

이건 그냥 유쾌한 놀이가 아니에요. 진짜로 기억됩니다. 아이디어도 마음이 있어서, 대접받으면 더 자주 찾아와요.


창작자는 ‘멍하니 있는 중’에도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에요.

쉼의 순간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건 운명이에요.

내 안의 창작자가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럼…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은 언제 올까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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