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이상하게도, 안 하면 더 피곤하다
가끔은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널브러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 주말엔 아무것도 안 하기로.
일도, 운동도, 창작도, 전부 멈추기로.
오직 쉬기만 하기로.
그런데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알람도 안 맞췄고, 일정도 없었는데.
그런데도 눈이 번쩍 떠진다.
오히려 몸은 가볍고, 기운은 넘친다.
이게 뭐지.
쉬는 날일수록 더 일찍 일어나는 이 이상한 역설.
잠결에 스트레칭을 했다.
물 한잔 마시고, 익숙한 아침 루틴을 따라 몸을 풀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
어둑한 거리.
누군가는 조깅 중이고, 누군가는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감각을 다시 찾는다.
조용한 상점 앞에서 한 문장을 떠올리고,
불 꺼진 골목 어귀에선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상상한다. 갑자기 시 한 줄이 떠오르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메모장으로 직행한다.
창작자는 이상하게도, ‘안 하면 더 피곤한’ 사람들이다. 쉬어야 하는 날, 아무것도 안 하면 더 불편하다.
몸은 쉬어도 마음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뭔가 하고 있어야 오히려 편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쉰다고 하면서도, 결국 또 무언가를 한다.
산책을 하고,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그걸 또 편집하고,
다시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운동까지 마쳤는데 아직 12시도 안 됐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는데,
또 이렇게 많은 걸 했다.
그런데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
이상하게도, 안 하면 더 피곤해서
오늘도 뭔가를 했다.
Q.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잖아. 왜 일어나?
A. 나도 모르지… 근데 왜 눈이 떠졌겠어.
내 안의 편집장이 새벽 근무 나갔거든. 커피도 없이.
Q. 뭘 안 해도 되는 날인데, 왜 또 산책해?
A. 그냥 바람 쐬러 나갔다가, 영감 하나가 나를 끌고 다니더라.
Q. 그냥 좀 누워 있지 그랬어.
A. 누웠더니 아이디어가 쏟아져서… 메모하다 결국 앉았어.
Q. 피곤하니까 쉬어야지.
A. 쉬면 더 피곤하니까 뭐라도 해야 덜 피곤해.
Q. 도대체 왜 이렇게 사는 거야?
A. 이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거든.
Q. 창작자는 왜 늘 뭔가를 만들까?
A. 세상에 아직 없는 걸 보니까… 그냥 내가 만들어야겠더라고.
Q. 그래도 이 모든 게 힘들지 않아?
A. 힘든데… 하고 나면 너무 좋아.
제품명: 창작자
모델명: 가만히 있기 실패형 인간 1호
용도: 멍 때리며 아이디어 터뜨리기, 쉬는 척하며 창작하기, “오늘은 쉰다” 선언 후 창작 폭주
1.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할 거야”라는 말은 신뢰하지 마세요. 곧 카메라 들고나가거나 메모앱을 켭니다.
2. 조용하다 싶으면, 대부분 편집 중이거나 아이디어 몰입 중입니다.
3. 단순한 산책도, 단순한 카페 방문도 없습니다. 늘 콘텐츠가 따라다닙니다.
4. “좀 쉬어”라는 말은 정반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창작 엔진 ON!
5. 창작자는 ‘하지 않을 이유’보다 ‘하고 싶은 이유’를 먼저 발견합니다.
1. 겉보기엔 쉬는 중이어도, 머릿속은 이미 스토리보드 짜는 중입니다.
2. 영감은 대개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샤워 중, 걷는 중, 심지어 꿈속에서도.
3. 침대에 누웠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시 불 켜고 메모하는 건 일상입니다.
4. “하지 마”라는 말은 동기부여로 작용합니다. 자극은 피해 주세요.
‘쉼’의 정의 (창작자 기준)
• 일반인: 휴식 = 아무것도 안 함
• 창작자: 휴식 = 하고 싶은 걸 몰입해서 함
정리하자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 쉼
1. 새벽에 벌떡 일어남
• 당황하지 마세요. 내면의 창작자가 커피도 없이 출근한 겁니다. 그냥 따라가면 됩니다.
2. 산책 나갔는데 귀가 안 함
• 영감이 먼저 손잡았을 가능성 높습니다. 지금 아이디어 낚시 중이니, 방해 말고 응원만 살짝.
3. 카페에 간다더니 노트북 켬
• ‘쉼’이라는 핑계로 새로운 기획이 시작된 겁니다. 음료만 추가해 주세요.
4. 침대에 누웠는데 다시 앉음
• 아이디어 폭탄이 터졌을 확률 95%. 메모장만 건네주세요. 질문은 내일.
5. 무표정으로 멍 때림
• 그냥 멍 아닙니다. 세계관 구축 중입니다. 무리한 대화 시도는 금지.
주의사항
1. 창작자는 ‘가만히 있는 듯’ 보여도, 내면에서 이미 서사가 완성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2. 창작을 말리면 관계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대신, “이건 어때?” 같은 피드백은 효과 만점!
3. 감정 기복이 생겼다면 ‘창작 근육’이 과도하게 소모된 후유증일 수 있습니다. 초콜릿이나 산책을 권장합니다.
4. 때때로 강제 고립 또는 자연 속 유배가 창작력에 폭발적 효과를 줍니다. 단, 본인은 절대 쉬러 간다고 주장합니다.
1. 영감이 완전히 끊긴 상태
• 억지로 끌어내려하지 마세요. 조용한 산책이나 낮잠이 효과적입니다. 무의식이 회복 중일 수 있습니다.
2. 자괴감과 무기력에 빠짐
• “그만해도 돼”보다 “너의 글/영상이 위로가 돼”라는 말이 훨씬 강력합니다.
3. 창작물을 싹 지우고 싶어 함
• 명작 직전 신호일 수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스스로 다시 불러옵니다.
4. 말수 줄고 방에만 있음
• 아이디어 숙성 중일 확률 높습니다. 방해하지 말고 초코바 하나 문틈에 넣어주세요.
5. “아무것도 하기 싫어”라고 말함
• 믿지 마세요. 곧 뭔가 하고 있을 겁니다. 내면에선 이미 시작됐습니다.
창작자는 ‘가만히 있기’에 실패한 인류 최초의 생명체입니다.
하지만 그 실패 덕분에, 우리는 웃고, 울고, 공감하고, 서로의 세계를 만나며 살아갑니다.
이 사용설명서는 창작자를 고치기 위한 게 아니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뭔가 또 하게 될 거예요.
(쉬는 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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