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_밥 잘 사주는 필라테스 선생님
필라테스 강사로 살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물론, 다이어트와 식단 조절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잘 먹어야 한다.
하루 종일 회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시범을 보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하다 보면
한 타임이 끝날 때마다 온몸의 기운이 빠진다.
수업이 끝난 후 기진맥진한 채 캐딜락 위에 멍하니 누워 있을 때면,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진짜 잘 먹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살아남으려면, 먹어야 한다. 몸을 위한 운동만큼, 몸을 살리는 음식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날씬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통통한 편에 가까웠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서 몸 전체에 근육이 골고루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 결과 균형 잡히고 건강한 몸매를 갖게 되었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며 누군가는 내가 고생 다이어트를 한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필라테스를 오래 하면, 몸이 속근육부터 단단하게 채워진다. 그 깊은 근육들이 자세를 바로잡고, 라인을 정돈하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하면서도 아름다운 몸이 완성된다.
억지로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안에서부터 단단해지는 변화. 그게 바로 필라테스가 만들어주는 진짜 몸이다.
가끔은 끼니를 거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배고픔보다 ‘건강해지고 있다’는 감각이 더 크게 다가왔다.
몸이 가벼워지고, 중심이 잡히고, 공복은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리처럼 느껴졌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내 몸이 점점 단단해지는 걸 느꼈고, 어느 순간,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는 일이 내 삶의 일부를 넘어 전부가 되어 있었다.
그 시간들이 나를 단련시켰고, 나를 지탱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강사 초창기,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정말 배가 고팠다. 하지만 세상은 냉정했다. 아무도 내게 밥을 사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싸서 다녔고, 어느 날은 그 도시락을 회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회원이 말했다.
“선생님, 식사 한 번 같이 해요.”
처음엔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몇 번이나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얻어먹기만 하긴 미안해서 내가 계산을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회원들과의 식사가 점점 즐거워졌고, 잘 맞는 사람들과 자주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나는 ‘밥 잘 사주는 필라테스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 제가 낼게요.”
“아니에요. 그냥 내가 먼저 계산했어요.”
“맛있게 먹었으니까 오늘도 열심히 운동해야죠.”
“당연하죠. 이렇게 맛있는 거 얻어먹었는데 운동 안 하면 안 되죠!”
회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웃고, 떠들고,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이 쌓여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때, 누군가에게 밥을 얻어먹던 사람이었지.”
대학생 때는 선배들이, 사회 초년생 때는 상사들이 내 밥을 챙겨줬다. 그 따뜻한 정이 참 고마웠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마음을 돌려줄 차례가 된 것이다.
인생은 결국 받은 사랑을 다시 전하는 일이 아닐까.
내가 베푼 따뜻함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고, 지금 내 밥을 얻어먹은 회원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필라테스를 통해 몸을 세우고, 한 끼 밥으로 마음을 나누며, 관계를 쌓아간다.
혹시 마음속으로 ‘아니, 난 선생님한테 주먹밥 한 알도 못 얻어먹었는데요?’라고 생각한 분이 있다면,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라. 인연이란, 다시 이어지면 그만이다.
다시 회원으로 찾아와도 좋고, 그냥 스치듯 반갑게 인사만 해도 좋다. 얼굴을 마주하고 “잘 지냈어요?” 한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예전 ‘에버유의 프렌즈‘들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언젠가 따뜻한 밥 한 끼 앞에 마주 앉아 삶을 이야기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며, ‘그때 참 좋았지’ 하고 웃을 수 있기를.
그렇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언제나 그 자리에, 나는 있을 테니까.
1. 인생은 결국 함께 밥 한 끼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따뜻한 음식 앞에서 우리는 벽을 허물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2. 운동 후 먹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땀 흘린 기쁨을 나누고 우정을 쌓는 시간이다. 함께 움직이고 함께 먹으며 우리는 더 깊이 연결된다.
3. 회원들에게 밥을 사주는 건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삶을 응원하고, 지친 하루를 위로하며, 더 나은 내일을 함께하자는 따뜻한 약속이다.
4.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 필라테스를 하던 시절처럼, 다시 모여 인생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면 된다.
5. 음식과 운동, 그리고 다시 만남, 이 모든 것은 결국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과정이다.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만나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따뜻하게 웃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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