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의 철학: 참치 사시미: 순수한 에너지를 담은 식사
필라테스 강사로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연구하는 나는 음식도 하나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과 정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참치 사시미와 연어 머리구이는 나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식단 중 하나다. 이 식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심플하고 본질적인 만족을 준다. 단순하지만 깊은 맛, 적지만 풍성한 느낌, 그리고 가벼우면서도 충분한 영양. 이는 필라테스 철학과도 닮아 있다.
그녀는 참치로 유명한 대기업 창업자의 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재벌 2세’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삶이 아니라,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삶을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와 함께 서울 강남의 한 참치 전문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간장과 고추냉이에 참치를 살짝 찍어 한 점 한 점 음미하며 먹었다.
“나는 참치 사시미를 이렇게 단순하게, 심플하게 먹는 걸 좋아해요.”
그녀의 그 한마디가 나의 참치에 대한 시선을 바꿔놓았다.
그녀가 참치를 먹는 방식을 보고 나도 따라 해 보았다. 그 순간 참치 본연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참치의 진짜 맛을 경험하게 된 순간, 나는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후 참치는 나에게 삶의 균형과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이 되었다.
참치 사시미는 그 자체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음식이다. 곁들이찬(곁들임 요리)이 많으면 정작 참치 본연의 맛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것처럼, 삶에서도 너무 많은 군더더기는 때로 본질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곁들이찬이 최소화되고 참치에 집중할 수 있는 단골집을 찾았다.
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며,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건강에 이로운 식재료다. DHA와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혈관 건강을 지키며,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참치 한 점을 먹을 때마다 나는 단순한 미식의 즐거움을 넘어,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좋은 영양소를 공급하는 느낌이 든다.
간장과 고추냉이에 살짝 찍어 먹을 때 느껴지는 참치 특유의 부드러움, 차가운 생선살과 무순의 상쾌한 조화, 그리고 김에 싸서 먹었을 때의 색다른 식감은 단순한 음식이 주는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필라테스가 몸의 불필요한 긴장을 덜어내고 순수한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처럼, 참치 사시미도 최소한의 조리법으로 순수한 맛과 영양을 전달한다.
연어 머리구이는 참치 사시미와는 또 다른 만족감을 준다. 구워진 연어 머리는 속살이 부드럽고 기름기가 적당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여기에 왕소금과 레몬즙이 더해지면 고소함과 상큼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연어는 대표적인 슈퍼푸드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여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피부와 관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연어 머리에는 콜라겐과 건강한 지방이 풍부해 몸에 좋은 기름을 섭취할 수 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말처럼, 생선의 머리 부분은 꽤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선 머리를 낯설어하고 잘 먹지 않는다.
이는 필라테스 수련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동작들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동작들이 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연어 머리구이 역시 처음에는 생소하지만, 그 깊은 맛과 영양을 경험하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음식이 된다.
이 식단의 또 다른 매력은 ‘포만감은 크지만, 부담은 적다’는 점이다. 참치와 연어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주지만, 정제 탄수화물이 적어 소화가 빠르다. 그래서 먹는 순간에는 충분히 배부르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속이 가볍고 개운하다.
이것이 바로 ‘균형‘이다. 필라테스에서도 근육을 키우지만 부드러움을 유지해야 하고, 힘을 기르지만 유연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식단에서도 배부름과 가벼움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너무 많이 먹어 무겁지도, 너무 적게 먹어 허기지지도 않도록.
불필요한 힘을 덜고,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다
필라테스는 몸을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만드는 운동이다. 불필요한 힘을 덜고,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과정. 그리고 이 식단 역시 같은 철학을 담고 있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참치 사시미는 군더더기를 덜어낸 본질적인 운동, 필라테스와 닮았다.
깊고 풍부한 맛을 주는 연어 머리구이는 내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포만감은 크지만 부담 없는 식단은 강하지만 유연한 필라테스의 원리와도 흡사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식사의 마무리는 매실 수정과다. 상큼하고 깔끔한 매실차 한 잔이 입안을 정리해 주듯, 필라테스도 마지막 스트레칭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운동이 끝난 후의 개운한 기분처럼, 매실 수정과를 마신 후의 상쾌함이 이 식사의 완벽한 피날레가 된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고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군더더기를 덜고 본질을 남기는 것”이다.
과하게 먹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는 식사. 심플하지만 깊은 맛과 영양이 있는 음식. 포만감과 가벼움을 동시에 주는 균형 잡힌 식단.
이것이 바로 필라테스 강사로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몸을 가볍게 그리고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 단순하지만 풍요로운, 균형 잡힌 삶을 위해서 말이다.
나에게 참치 사시미와 인생에 대해 알려준 재벌 2세 그녀와의 대화는 참치뿐만 아니라 삶의 철학, 독서,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기업을 일구는 과정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어졌다. 우리는 함께 식사하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기자 시절 그녀를 처음 만났고, 이후 교수직을 거쳐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을 때도 그녀와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필라테스 센터를 오픈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녀와의 연락을 소홀히 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도, 가끔 참치 사시미를 먹을 때마다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여전히 참치를 천천히 음미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필라테스 센터에 초대하고 싶다. 함께 필라테스를 하며 몸과 마음을 가꾸고, 다시 참치 전문점에 가서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했던 책을 선물하고, 함께 산책을 하며 읽은 책에 대한 토론도 하고 싶다.
그녀는 과연 시간을 내어줄까? 아마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물론이죠. 나는 항상 기다리고 있었어요. 너무 잘 돼서 축하해요.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분명 더 멋진 길을 걸어갈 거예요.”
그녀와의 인연이 나에게 참치 사시미의 진정한 맛을 알게 해 주었듯, 인생도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따뜻한 대화, 그리고 깊이 있는 관계.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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