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을 춘다

나는 무대가 부서져라 발을 구른다

by 컴피아워 스튜디오


이유 없이 마음이 휑해질 때가 있다. 따듯한 햇살과 산뜻한 바람이 가슴에 휑한 바람길을 내고, 넓게 깔린 노을과 저녁 바람이 주저 않고 싶을 만큼 다리에 힘을 빼놓는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잠시 먼 곳을 볼 때, 하루를 갈무리하며 발걸음 가벼이 집으로 향할 때. 그런 일상의 순간들에 갑자기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별 다를 일 없는 일상에 문득문득 마음의 일렁임은 왜 나를 찾아올까.


머리로 사는 삶은 언제나 바쁘다. 수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희망을 그린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생각한다. 성취감과 도전정신, 만족감과 안도감. 내가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해나간다는 확신. 어제보다 나은 나의 모습.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에 맞춘 길을 걷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매일을 바삐 살아간다.


하지만 착각이다. 다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도, 이젠 다 끝이라는 생각도.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도, 불행할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는 생각,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 모든 생각은 다 착각이다.


왜냐하면 모든 생각은 마음이 불어오는 순간 바스러지기 때문이다. 머리는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 마음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어제보다 나아진 내 모습도 결국은 그저 나라는 것을 마음은 안다. 어제와는 다른 것 같은 너라도 결국은 너라는 것을 마음은 알고 있다. 이미 세상은 끝났다는 것을, 처음과 그 끝이 모두 다 같다는 것을 나의 마음은 안다.


하지만 나는 이내 또 망각하고 다시 내일을 그린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마음의 일렁임을 마음이 약해져서 그렇다는 말로 무시해버린다. 가끔 이유 없이 울컥 복받치는 감정도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고 넘겨버린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마음 앞에서, 나는 되지도 않는 춤을 추며 그 시선을 피한다.



m.png Dancing Star © TUW 튜



춤을 춘다, 춤을 춘다. 무대는 날 바라본다. 변하지 않는 무대는 제 위에서 바삐 춤추며 울고 웃는 나의 연극을 바라본다. 세상에 발맞추어 사는 나의 복잡한 춤사위를 차분히 바라본다. 나는 무대가 부서져라 발을 구른다. 세상의 모든 빛이 나를 비춘다. 넓디넓은 무대 위의 주인공은 나다. 나는 내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춘다. 연극이 끝나고, 막이 내리고. 불빛이 꺼지고, 음악이 꺼지고. 몸이 스러지고 머리가 바스러지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무대가 남는다. 따듯한 햇살과 산뜻한 바람, 넓게 깔린 노을과 낮게 깔린 불빛.


언제나 한결같은 그 무대 위에서, 오늘도 열심히 생각하기로 한다. 나를 위한 무대라 여기며, 끝없는 노래와 연기를. 그 끝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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