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캠핑에 맛을 들였다.
작년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캠핑으로 다녀왔는데 우리 가족들은 ‘거지캠핑’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장비가 형편없었다.
다이소 5,000원짜리 방수포로 타프를 쳤고, 텐트는 8년간 쓴 8인용 원터치 텐트.
그래도 즐거웠지만 조금씩 다녀보더니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남편은 캠핑용품을 야금야금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캠퍼의 티를 갖추었다.
큰돈은 쓰지 않았다. 대부분 당근마켓과 다이소로 해결했다.
여행 한 번 가려면 큰맘 먹고 계획을 짜야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즉흥적이다.
바로 다음날 갑자기 떠나기도 하고, 당일날 근교로 몇 시간을 나가기도 한다.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면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사실 그곳엔 이미 커다란 그늘막이 여러 개 있다.
잠을 잘 수는 없는 곳이고 시간도 많지 않았기에 고작 3시간 있자고 30분을 낑낑대는 남편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냥 저기 그늘막 밑에 테이블이랑 의자 펴고 앉으면 되지 않아? 왜 이 고생을 해? “
”이게 재미지. 저 옆에 좀 봐. “
우리 옆에도 굳이 힘들게 텐트를 치는, 남편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있었다.
평일이라 그늘막은 다 비어 있었는데…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여행 갈 때 제일 힘든 부분은 바로 짐 싸는 일인데, 이 캠핑이란 것은 그것이 몇 배가 되는 일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짐 싸다가 스트레스받는 나에게 나르는 스트레스까지 주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게 재미지.”라며 큰소리 떵떵 치고 짐을 나르던 남편.
열 번 가까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이제는 아예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지 않고 싣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쓸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설치하고 접을 때마다 ’ 집 나와서 왜 이 고생을 하나… ’ 싶은데 다 치고 나서 캠핑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실 때면 ‘좋긴 좋네.’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좋은 건 숙소비가 저렴하다는 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숙소비가 부담스러워 큰 맘을 먹어야만 갔던 여행을, 틈날 때마다 한 번씩, 그리고 성수기에도 훌쩍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 어느 순간 나도 이 비합리적인 일이 점점 좋아졌다.
나의 취향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며 바뀌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