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생각의 글_1

by 수수

할머니가 되고 싶다, 는 생각은 요즘 내가 갖는 생각 중 하나이다.

집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또 이야기를 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돌아가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며 잠시 어제의 대화 중 하나를 생각한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했던 친구의 이야기.

사실 삼십 대 중반에서 마흔을 바라보려 하니 기대에 차지만은 않고, 그러기엔 나의 삶은 자주 걸음이 휘청 일 것만 같다. 물론 나는 내가 부디 이 시간들을 잘 바라볼 수 있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순일지 모르지만, 요즘의 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고 생각한다. 삼십 대인 나는 노년까지 가기도 전에 중년의 삶도 잘 그려지진 않지만 지금보다 훨씬 나이 든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이십 대에 서른이 오기를 고대하던 마음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리고 솔직히 마흔이 오는 것을 고대하기보단 어떤 미지의 두려움과 막연함이 있는데도 뭐랄까, 나는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라고 할 그 시간까지 살아있고, 살아내고 싶다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꾸 생각한다.

혜영씨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노래를 영화에서 처음 만나고 나는 그 ‘할머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히 나이 들고 싶지 않다거나 혹은 언제까지 살고 싶다거나 등등은 가지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내가 무얼 하지 않아도 정말 그냥 나이는 당연하게 내게 하나하나 쌓이겠지만, 나는 줄곧 ‘죽임 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 굶어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이 수많은 ‘지금들’을 견디고 살아내어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할머니(여성노인)이라고 할 만큼 나는 매일매일 서서히 나이 들어갈 테고 그건 너무 당연하겠지만(물론 죽음이란 언제 목도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건 차치하고), 불안함이 들이닥치는 이 삶을 잘 견뎌내고, 지금의 곁들을 놓지 않고 혹은 어떤 이별들을 하고 아프고 또 웃고 새로이 손을 건네는 그런 아직 오지 않는, 그러나 내가 품고 싶은 그 삶을 보고 싶다는 마음. 약속을 나누어도 사람들의 삶은 예기치 않는 순간들을 너무 많이 맞이하고, 그 속에서 변화하니 우린 분명 달라지고 말겠지만 내가 그것을 담대하게 안을 수 있는, 지금보다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나이 듦의 시간이 고독과 친구가 된다고 해도 그것이 더 안달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그런 바람들을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나는 무사히, 이상한, 그리고 상냥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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