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청이, 강릉

푸르른 산과 바다의 조화, 해장짬뽕의 정석

by 김고로

강릉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앞, 평범해 보이는 깔끔한 녹색으로 칠한 중국요릿집 '청이'.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지금처럼 '중국요리' 혹은 '중화요리'라고 부르기보다는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淸) 나라에서 들어온 요리라 하여 '청요리'라 불렀기에 '청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번에 '중국요릿집이겠구먼?'하고 반응하는 집이다.


오래된 강릉의 중국요릿집들과는 다르게 커다란 간판이나 메뉴판이 있기보다는 작고 깔끔하게 '청이'라고 필기체로 쓰인 간판에 사진메뉴가 매장에 걸려 있는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이쁜 모습이라 '청나라의 할 때의 그 '청'을 써서 '청이'인 건가? 그래도 이름은 예스럽구먼'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게 이름을 구성하는 '청이'를 구성하는 한자를 보면 이룰 '성'과 하나 '일'을 뜻하는 한자가 합쳐진 중국 발음인 '청이'가 가게의 이름이다.


무언가 하나를 이루겠다는 주인장의 야심 찬 포부가 담겨있는 가게의 의미를 담는 맛이 청이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의 맛에 가득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청이의 음식들은 훌륭하고 탄탄한 맛을 자랑한다. 매 점심과 저녁 식사 때가 되면 순식간에 홀이 사람들로 가득 차고 배달어플의 알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것에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짬뽕: 청이의 대표적인 식사 메뉴이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일단 수저를 들고 국물을 한 번 맛보자. 청이에서 끓여낸 시원하고 달큼한 맛에 술을 먹지 않은 사람도 속이 확 하고 풀리면서 뜨끈하게 온몸을 덥혀주는 맛이다, 강릉 앞바다에도 올라오는 시원한 째복(비단조개)의 바다맛과 태백산맥의 기운이 담긴 찬바람을 맞아 꾸덕하게 말려진 황태의 달달하고 얼큰한 맛이 가득 담긴 육수가 대부분의 국물 메뉴(우육면 제외)를 책임지고 있다. 한 모금을 하고 나면 '와' '캬'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거기에 째복을 포함한 해물들의 감칠맛과 양파와 청경채로 뒷받침하는 깔끔한 맛과 아삭한 식감, 향긋한 버섯의 맛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완벽하고 깔끔한 해장짬뽕을 만들어낸다. 청이를 처음 방문한다면 무조건 이 메뉴로 시작해보기를 바란다.



황태백짬뽕: 개인적으로 청이에서 제일 입맛에 맞는 메뉴였다. 일반적인 붉은 짬뽕보다 더 칼칼하고 매콤한 맛으로 붉은 짬뽕보다 더 해장국스러운 짬뽕이다. 황태로 우려낸 뽀얀 육수에 속으면 안 된다, 달달하고 얼큰한 맛에 매운 건고추로 톡 쏘는 매콤함이 양 볼을 치고 들어온다. 거기에 아삭함과 시원함을 더해주는 숙주나물과 면을 함께 들어서 식감을 즐기고 다시 고소하고 달큼한 국물로 부드럽게 마무리. 칼칼함과 시원함으로 정신을 깨우는 하얀 암살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깔끔함과 같다. 매콤하지만 얼얼한 매운맛은 아니다, 혀를 쿡 찌르고 도망가는 매콤함에 속이 풀리는 매력적인 맛이다.



탄탄면: 고소하며 달착지근하고 살짝 매콤한 맛의 국물을 넉넉하게 담은 일본 중화요리식의 탄탄면이다. 달달하고 얼큰하며 부드러운 청이의 탄탄한 육수가 탄탄면의 땅콩 그리고 고추가 담긴 양념장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면 위에 수북하게 올려진 숙주나물과 다져진 파를 함께 면, 국물과 떠서 씹으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에 얼얼하고 사각거리는 파의 향긋한 맛과 아삭한 숙주나물의 식감이 즐겁다. 고소한 땅콩의 내음과 부드럽고 달달한 육수의 맛이 중독적이라서 국물과 면을 함께 먹고 마시다 보면 어느덧 그릇이 비워져 있다. (범인은 이미 현장에 있는데) '누가 내 탄탄면을 다 먹었나?'라고 생각이 들 만큼.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맛을 가진 탄탄면이다.



우육면: 중국이나 대만, 홍콩 등 본토에서 먹는 원조 우육면과는 다른 청이만의 맛이 담긴 우육면이다. 맑고 진하게 우려낸 소고기 육수에 중국 된장인 황두장으로 간과 맛을 내어 오래가는 짭짤함과 감칠맛의 잔여감이 계속 입맛을 다실 정도로 훌륭하고 적당히 무게감 있는 맛이 매력적이다. 청이의 우육면에는 아주 특별한 토핑이 들어가는데, 얇게 썰은 소고기를 튀겨내어 올려준다. 간간하고 바삭하게 튀겨낸 소고기가 우육면을 짭짤하고 감칠맛 넘치는 육수를 흡수하고는 입에 들어오는데, 뭉글거리고 바삭하게 씹히는 야들야들한 소고기의 맛에 반하고, 튀김과 소고기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육즙과 우육면 육수의 맛에 한번 더 반한다. 야들야들한 식감에 짭짤하고 감칠맛 넘치는 육즙과 육수, 와 이거 입맛을 유혹하는 요물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더 맛있어지는 요물에 기본기가 탄탄한 음식이다.



새우볶음밥: 고슬고슬한 밥알에 부드럽고 바삭한 달걀물이 알알이 입혀진 볶음밥, 기본이 탄탄한 맛이다. 잘게 다져진 파와 치아를 간지럽히는 식감의 달걀밥에 큼직하고 육질이 좋은 새우가 중간중간 씹히는 맛이 기분 좋다. 필자가 좋아하는 '진짜루'의 볶음밥과는 다르게 기름이 적고 들어가는 채소는 다진 파만이 전부이지만 쌀이 한 알 한 알 잘 볶아진 볶음밥의 맛과 요리사의 솜씨를 입안에서 확인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훌륭한 볶음밥, 먹으면서도 '이거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맛이 좋은 볶음밥이다.


청이의 군만두, 얇고 바삭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

인기가 많고 맛있는 중국집의 요소가 빠지지 않는 곳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청이는 각 메뉴에 청이만의 색깔과 주방의 손맛이 담겨있고 기본기도 빠지지 않고 탄탄하게 갖춰진 곳이다. 그렇다, 이런 곳에서는 모든 메뉴가 맛이 없을 수 없다. 필자는 청이의 짬뽕을 먹었던 그날, '이곳의 모든 메뉴는 맛있다'라는 확신에 가능한 자주 방문하며 대부분의 식사 메뉴를 먹었고, 그 확신은 현실의 뿌듯함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중화요릿집이 강릉에 있다는 것을 독자분들께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쁘다. 청이가 오래오래 장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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