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모모스커피와 베르크로스터스, 부산

강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원두들의 로스터리를 찾아서

by 김고로

강릉에서 거주하고 있는 내가 온전한 커피 마심의 즐거움을 위해서 혹은 차분해서 앉아 글을 쓰면서 카페인과 단당류, 탄수화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방문하는 단골 카페는 두 곳 정도이다. 서로 쉬는 날과 제공하는 음료들이 다른 덕분에 나는 여러가지 음료들과 디저트들을 즐기면서 안락한 환경과 장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핸드드립 커피들은 곧잘 강릉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유명 로스터리에서 날아온 원두들로 내려지는데 나는 항상 그 곳들의 본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내가 봤던 원두 로스터리 회사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은 부산에 자리를 잡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들이었다. 그 회사들이 그저 공장만 갖고 있는지, 어엿한 카페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작은 사무실과 원두판매처만으로 그들의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지 쓸데없는 궁금증만 많았기 때문에 나는 직접 그들 중 몇몇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이왕 부산에 온 거 한번쯤은 내가 마시는 커피가 어디서 오는지 직접 만나보면 좋지 않겠는가? (아니라고 생각하다면....딱히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이번 장기간의 부산 방문 중에 두 곳의 로스터리 카페에 방문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실제로 방문과 핸드드립의 커피를 즐기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커피들의 맛과 품질들은 내가 강릉에 있는 카페에서 각 단골 카페의 바리스타분들께서 내려주시는 드립커피들의 맛과 같았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저 한번, 슥 지나가는 방문이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작성하는 음식점 혹은 카페에 대한 이야기들보다 짧을 예정이지만 하나씩 지나쳐보자.


모모스커피, 온천장, 부산

처음 방문한 곳은 온천장 지하철역에서 매우 가깝게 자리잡고 있는 모모스커피였다. 4평 남짓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판매하는 아주 작은 카페로 2007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는 이 로스터리 카페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을 거머쥔 바리스타분을 필두로 크고 작은 여러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을 한, 부산에서 카페, 커피와 바리스타 등을 논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커피다. 핸드드립 커피, 커피 음료와 디저트 들을 판매하고 있고 음료들 중에 커피가 들어가지 않은 음료는 없기 때문에 그 외의 다양한 음료들을 구비하고 있는 카페를 생각한다면....'모모스커피'는 그런 곳이 아니다. 이미 내가 이러저러한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아도 이미 유명한 카페이기 때문에 본 카페에 대한 설명은 짤막하게 마무리하겠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봐도 금방 나오기 때문에. 차설, 실제로 방문을 해보면 처음부터 엄청나게 큰 카페였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가정집과도 같은 건물에서 그 주변으로 조금씩 자리를 넓히고 꾸며나가는 카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층의 널직한 건물과 부속 건물, 그리고 대나무와 돌, 의자,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마당에 더 많은 공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마당의 건물들. 앞으로 또 어떻게 꾸며질지 기대가 되는 카페였다. 내가 방문한 날의 '오늘의 원두'는 엘살바도르와 브라질에서 온 원두였고 그 외에 여러 나라의 원두들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나와 이쁜 여자를 위한 핸드드립 커피 2잔과 나의 어머니를 위한 카페라떼 1잔, 그리고 작은 먼지처럼 작은 검은색 바닐라씨앗이 알알이 박힌 단단하고 진한 치즈케잌을 주문해서 우리는 2층의 석조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냈다.


에티오피아 부쿠 사이사 (좌) / 모모스카페 시그니처 블렌딩 원두 부산 (우)

각자에게 제공된 핸드드립 커피의 경우 간단하게 제공된 컵 프로파일과 질감 외에 더 자세한 정보를 즐길 수 있도록 QR코드가 함께 제공되고 있었다. '오늘의 원두'를 주문한 이쁜 여자의 경우, 그 날 카페 앞에 쓰여져 있던 엘 살바도르의 원두를 기대했었으나 그 원두의 재고가 없었는지는 몰라도 모모스카페의 시그니처 원두인 '부산'이 제공되었다, 걱정마시라 우리가 주문한 정확한 원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모모스카페의 시그니처 원두는 '우리가 싱글 오리진을 마시고 싶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핸드드립의 경우 전체적으로 라이트 로스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커피가 밝은 갈색과 매우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했다, 농밀하고 진한 커피원두의 향미를 자랑하기 보다는 각 원두의 맛은 유지하면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필터커피여서 만족스러웠다. 카페라떼의 경우에도 그러한 느낌을 그대로 가져갔는지 부드럽고 가벼우며 우유와 에스프레소 샷이 잘 조화되어 있는 맛,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어머니께서도 만족스럽게 드셨다. 카페에서 직접 구워지는 치즈케잌인 '치즈 퍼지'도 단맛과 상큼함, 바닐라의 향미가 적절하게 균형잡혀 있었고 진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아이스크림과도 같은 질감이 즐거웠다.


한가지 더 말 할 수 있는 것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듣고 싶지 않은 얘기겠지만, 골목이 많은 부산에 자리잡은 카페답게 이 카페의 비공식 터줏대감과도 같은 고양이가 모모스카페의 안팎을 돌아다닌다. 카페에는 아무런 악영향도 주는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에 카페의 직원들도 그 고양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친절한 몸동작과 몸짓으로 애교를 부리기도 하며 우리가 커피를 즐기고 있던 2층의 석조 테라스를 자주 왕래하였는데 어느 손님이 오랫동안 앉아있던 쿠션의자를 눈독 들이고 있었는지 그 손님이 떠나자마자 그 의자를 차지하고는 곤히 잠이 들었다.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바로 옆에서 그걸 편안하게 구경했다, 그 귀여움 덕분에 커피맛이 두배로 더 좋았다는 것은 비밀.



WERK (베르크) 로스터스, 전포동, 부산

부산에서 음주와 국밥의 메카 중 하나인 서면의 바로 옆 동네인 전포는 '전포 카페거리'가 형성될 정도로 현 시대의 유행이 민감하게 발휘된 양식, 일식, 한식, 후식 등의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들로 이루어진 동네였다. 저 멀리 보이는 산 밑으로 드러나는 좁은 골목들 사이로 보이는 영화와도 같은 풍경들이 눈에 담기는 이쁜 동네, 부산에 이러한 곳도 있다는 것에 감탄사만 연발했다. 추후에 작성될 어느 밥집에서 기쁜 점심 식사를 한 후에 나와 이쁜 여자는 식후의 커피를 즐기러 WERK(베르크) 로스터스로 향했다. 점포 외벽에 뚫린 통유리창을 통해서 보이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아니라면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유추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하여 실내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는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지만 우리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맛 좋은 한잔의 커피였기 때문에.


카페에 입장하면 바리스타가 직접 입안의 미각을 초기화시키기 위한 미지근한 물 한잔을 건내면서 주문이 시작된다. 원두를 고르고, 그대로 물만 희석하는 음료를 마실 것인지 아니면 우유를 함께 넣어 마실 것인지 그에 따른 맛은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인지 바리스타와 함께 전자패드를 보면서 상의를 깊게한 후에 커피 제조가 눈 앞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당신의 기쁨 한잔을 기다리면 끝이다. 우리는 과테말라와 에콰도르에서 온 원두를 필터커피로 주문했다. 과일 맛과 꿀 혹은 카라멜의 여운이 길게 남는 커피들이라고 담당 바리스타님께서 간략한 설명을 더해주셨다.


주문은 '최프로' 바리스타님이 받으셨고 커피는 'Woo'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셨다

이곳도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로스터리였기 때문에 커피 외에 다른 음료는 존재하지 않고, 코로나 시국 때문에 커피는 무조건 Take-Out이다. 다만, 단골 손님들도 꽤 많이 오는 듯 오며가는 손님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부산 사투리를 써서 내가 못 알아듣기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고? 아니다, 본인은 어릴적부터 부산의 할머니댁과 친척들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에 적어도 부산의 사투리는 다 알아듣는다).


여하튼, 우리가 건내 받은 커피들은 둘 다 만족스러웠다. 농밀하고 무거운 질감, 원두의 향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커피였다. 컵 프로파일에 적혀있는 모든 향미들이 달아나지 않고 그 한컵에 다 담겨있었기 때문에 가게 앞 차가운 철판으로 이루어진 벽 위에 앉아 부산의 햇볕을 맞으며 홀짝거릴지라도 우리는 커피 한잔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전포동의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맞은편 카페의 노천 탁자와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하고 패드를 다루는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커피 한잔으로 전포동의 시간과 풍경을 온전히 누렸다.



다음 부산 방문 때에도 또 갈 것이냐고? 오, 그럼, 물론. 한잔의 행복이 부산에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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