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 탕수육과 타코야끼. 긴 글이 필요하지 않은 귀한 미식들.
지금 이 글에 담겨있는 식당들과 음식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들과 음식들임에도 불구하고 '미식일기'에 포함시켜서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던 곳들이다, 그 이유는 이미 부산 혹은 전국적으로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내가 글을 쓰지 않아도 많은 손님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가게 자체적으로도 큰 홍보가 필요하지 않은 집이니까. 하지만 이번에 부산에서 2주가 가까운 시간 동안 미식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이 식당들과 메뉴들 덕분에 즐거움과 위안을 받았고 내가 경험했던 그 즐거운 경험을 나의 브런치와 글을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도 공유드리고 싶기 때문에 각 식당과 내가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나의 만족감과 행복함을 서술하는 바이다. 이곳을 아직 방문하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부산에 관광을 오시거나 각 동네에 놀러 가실 때에 많은 참고를 하시기를 바란다.
내호냉면은 이북에서 '내호냉면'이라는 냉면집을 하시던 제1대 창업주분께서 한국전쟁 중 부산으로 내려와 지금의 내호냉면 자리에서 냉면집을 시작하여 전쟁 이후 밀가루 보급이 많아지자 (사실 남한에서는 북한 개마고원에서 나는 감자와 고구마로 만든 전분의 품질을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 그 밀가루로 냉면을 뽑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현재 밀면의 시초가 되었다. 현재는 4대째 그 유지를 이어받아 밀면을 판매하고 있는 집. '내호냉면'이지만 냉면뿐만 아니라 밀면과 만두, 가오리무침도 함께 판매를 하고 계시며 허영만 화백님의 '식객'에도 출연했고 그 외에 다수 지상파, 공중파 방송과 신문, 잡지 등등에 워낙 많이 알려진 집이기에 서론은 여기까지.
다들 부산을 오시면서 부산 음식에 대해 얘기를 하면 '밀면'이라는 음식의 이름은 알지만 실제로 그 밀면 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여러 번 먹어본 본인이 대신 얘기를 좀 해드리려고 한다. 본인은 부산에서 밀면 집은 많이 가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호냉면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이 워낙 마음에 들게 맛이 좋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밀면집에 가려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내호냉면의 밀면은 밀가루 외에도 고구마 전분이 포함된 이 집만의 면 반죽을 사용하여 면을 뽑는 것이 참 맛이 좋다, 육수 자체도 고기 육수를 사용하는데 진하고 감칠맛 넘쳐 고소하면서도 짜지 않은 것이 중요한 점이다. 고기 육수를 사용하지만 이가 시리도록 차갑거나 여름이 싹 잊힐 정도로 시원한 육수를 쓰지는 않는다, 그저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의 차가움을 유지한 육수를 사용하는데 감칠맛이 입안과 혀에 계속 맴돌아 이 삼삼한 간을 가진 육수를 마시면 '이상하다, 왜 계속 들어가지?'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계속 마시게 된다. 거기에 이곳만의 짭짤하고 약간의 매콤함, 그리고 굵은 고춧가루의 식감을 가진 매운 (사실 맵지 않은) 양념장이 육수에 섞이게 되면 간이 딱 맞아서 쫄깃하고 탱글 거리는 밀면의 식감에 아주 잘 어울린다. 아주 얇은 쫄면과 같은 식감이 난다, 쫄깃하면서도 탱글 거려서 입안에서 계속 씹고 싶어 지는 맛이다. 면을 후루룩 마시듯이 입안에 넣고 씹으면서 고소하고 진한 육수를 쭈욱 마시면 어느덧 보이는 것은 스테인리스 그릇의 밑바닥이다. 부산에 와서 '밀면'을 먹어보고 싶으시다면 내호냉면을 추천드린다.
부산의 영도로 넘어가는 영도다리 근처는 자갈치, 용두산공원, 국제시장,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이 몰려 있는 부산의 관광명소 중에 하나이다. 그중 젊은이들에게 옛 골목 감성으로 매력을 뽐내는 곳은 보수동의 책방골목이다. 책방골목 혹은 책방거리라고도 불리는 이 보수동의 짧은 골목은 오래된 중고서점들과 빈티지샵, 갤러리,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 책방골목은 꼭 책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중요한 역사의 발자취를 남기기도 한 곳인데, 그에 대한 자세한 사실은 직접 찾아보시기로 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과 미식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보수동 책방골목 주변에는 수십 년 전부터 이곳에서 계속 영업을 해왔던 중국 요릿집들이 즐비해 있는데, 보수동 거리의 중국집들은 특이하게도 다들 탕수육으로 이름 난 곳들이다. 나는 그중에서 '옥생관'이라는 곳을 강릉의 '로 스푼티노'사장님께 추천을 받아 찾아가게 되었다. 옥생관은 배우 정우 씨와 손호준 씨가 출연한 '바람'이라는 영화 (요즘도 쓰이는 유행어인 '자~ 드가자~!'의 원조)에서 나오는 패거리들이 중식으로 회식을 하는 장면에 나온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들어가면 한쪽 벽면에 옥생관에 나왔던 장면들이 흑백사진으로 걸려있다.
가게에 들어서니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여럿 혹은 혼자서 식사류나 탕수육을 드시고 계시는 모습이 많은 것을 보고 나는 '맛있는 식당이 확실하군'하고 생각하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오랫동안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입맛은 누구보다도 까다롭다, 그런데 그러한 분들이 식당에 많다? 그것도 혼자 오신 분들도 많다? 그렇다면 그 식당의 음식은 기본적인 메뉴부터 탄탄한 맛을 가진 좋은 맛을 기대해도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탕수육의 튀김옷은 겉이 일식 튀김만큼이나 바삭하고 투명한 빛깔을 가졌으며 상대방이 입에서 씹을 때에 '바삭바삭'하는 튀김옷 소리가 겉으로 튀어나와 들릴 정도로 훌륭했다. 하얀색으로 빛이 나면서 쫄깃하고 바삭하며 왠지 모를 고소한 맛이 났다. 한참 쫄깃한 탕수육을 씹던 중 이쁜 여자 왈:
"감자 전분이 들어간 맛이 나는데"
"어떻게 알아?"
"감자전분이 맛이 나니까 감자전분 맛이 난다고 하는 건데?"
그렇다, 나에게도 느껴지는 묘한 고소한 맛에 투명한 튀김옷. 그것은 감자전분이 튀김옷에 들어가서 그런 것이라고 우리는 추측했다. 그리고 여태껏 먹어봤던 탕수육 중에서도 제일 맛있는 탕수육 튀김옷, 그리고 제일 맛있는 튀김 중에 하나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인정했다. 부산에 올 때마다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꼽을 정도로 이 탕수육은 정말 미친놈이다. 아직 내가 전국적으로 탕수육이 유명한 서울의 'ㅁㄹ'은 방문해보지 못해서 우리나라에서 최고다 뭐다 하는 말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최고에 도전해도 되는 탕수육의 튀김옷이었다. 소스는 간장과 식초, 설탕으로 맛을 낸 단짠 소스여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 튀김옷 안에 고기는 돼지 등심이 뽀얗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부드러운 고기 맛에 역시나 쫄깃한 식감.
우리 둘이 먹기에는 약간의 양이 모자라서 간짜장도 곱빼기로 한 그릇을 시켰는데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주방에서는 웍을 불로 볶아내는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금방 나온 간짜장 한 그릇, 불향이 어우러진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며 등장한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짜장면을 시키면 위에 달걀부침을 하나 올려주는데 역시나 이곳도 기름에 바싹 익혀낸 달걀이 하나 올려져서 나왔다. 양파와 돼지고기가 아낌없이 들어가서 그 달큰한 맛과 식재료들의 씹히는 맛이 불향과 함께 어우러지니 여기는 그냥 짜장면만 시켜도 맛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탕수육이 워낙 맛이 좋았기에 탕수육이 좀 더 작은 사이즈가 있었으면 그걸 하나 더 시켜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 식사였다.
이전에 강릉 유천 느릅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에 서론에 짧게 언급했었던 타코야끼 가게이다. 다시 방문해보니 자리는 그대로였으나 사장님들이 바뀌어서 가게 이름이 '미도리'에서 '코코네'로 바뀌어 있었고 사장님도 당연히 다른 분이었다. 그래서 '과연 맛도 그대로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다가 이전에 시키던 대로 오리지널 맛에 가쓰오부시 토핑으로 주문을 해서 먹었는데, 기쁘게도 맛은 그대로였다!
가쓰오부시가 꿈틀거리며 춤을 추는 뜨끈한 타코야끼의 온도, 바삭하고 부드러운 타코야끼의 겉면 그리고 씹으면 익은 듯 안 익은 듯 물과 같은 반죽을 자랑하는 환상적인 문어빵! 거기에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큼직큼직한 문어살이 입안에서 꿈틀거린다. 바삭한 겉에 짭짤하고 부드러운 소스가 씹히고 거기에 부드러운 반죽이 입안을 감싸며 마지막으로 치아 사이로 씹히는 문어의 육질. 무슨 맛이 더 필요한가, 근처 편의점에서 우롱차만 하나 사서 부산대역 밑의 온천천 밑 시원한 그늘로 이쁜 여자와 함께 손 잡고 가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 부산대 앞의 타코야끼를 선선한 바람과 상쾌한 온천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즐겼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람도 너무 시원해서, 물소리도 즐거워서, 입안이 행복해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미식의 시간이었다. 타코야끼 한 상자로 이게 된다.
부산을 방문하시게 되어서 맛있는 곳들을 찾으실 때에, 내가 남겨드린 미식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시기를 빌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