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동래할매파전, 부산

조선 해물파전의 원조, 쪽파와 해물과 쌀가루

by 김고로

비가 오는 날에는 막걸리와 함께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일깨워 유혹하는 우천 시 최고의 술안주로 꼽게 되는 마성의 술안주, 파전. 그 바삭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의 매력을 즐기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전집을 찾기도 하고 부침가루나 전가루를 사다가 집에서 김치전을 뚝딱 만들어 먹기도 하는 음식이지 않겠는가.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파전'이라는 말에는 항상 이 지역을 가리키는 수식어가 달라붙었다, 바로 '동래'. 부산에서 미식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지역이 바로 '동래'이며 그 이유는 이 동래에서 한국 파전의 원조격인 동래해물파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 하지만 그 원조 동래해물파전이 실제로 어떤 맛인지 먹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부산 사람이라 할지라도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동래까지 가서 해물파전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 부산에서 굳이 해물파전이 아니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넘쳐나니까. 하지만 1900년대 초 조선, 부산 일대에서는 '동래장에 파전 먹으러 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 동래의 장날, '할매'가 한 장씩 구워주던 파전은 빠질 수 없는 조선인들의 요깃거리였다. 여기에 금정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로 양조한 막걸리까지 한잔 걸쳐주면 크으.... 상상만 해도 맛있다.


20대 이후, 어릴 적보다 더 자주 부산을 왕래하게 되면서 동래에 있는 원조 동래파전집을 곧잘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주변에서는 실제로 동래파전이 어떠한 모양이고 맛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꼭 한번 소개를 해주고 싶기에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대형 검색엔진에 '동래해물파전'이라고 검색을 하게 되면 전국에 수십여 개의 파전집이 떠오르는데 그중에 진짜 원조 동래해물파전은 당연히 부산 동래구에 소재를 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에서도 진짜 원조 파전집은 그 식당 앞에 커다란 팽나무가 입구를 지키고 있으니 그것을 보고 구분하시길 바란다.


부산 맛집 여행 한식 파전 해물 해물파전 동래파전 동래해물파전 부산동래 부산동래해물 부산동래파전 부산여행 부산맛집 부산파전 2.jpg 팽나무와 동래할매파전 본점


동래까지 파전을 먹으러 와서 바삭바삭한 파전을 기대한 사람들이 제일 실망하는 것은, 동래파전은 그들이 기대했던 대로 바삭바삭한 겉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의 원조 해물파전은 지금 시대처럼 밀가루 혹은 부침가루를 사용하여 부쳐낸 것이 아닌 오직 쌀가루와 달걀을 사용하여 부쳐낸 것이기 때문이다. '쌀가루로 전을 부친다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쌀가루 반죽을 해서 익혀도 이것이 잘 뭉쳐지지 않는데 어떻게 쌀가루로 전을 부쳐낼 것이냐 묻는다면... 그렇기에 원조 동래파전이 쌀가루로 파전을 부쳐내는 것이 바로 아 원조집의 기술이다. 밀가루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으면서 대중화가 이루어졌는데, 그 이전에는 한국의 토종 밀이 있었다고 하지만 대중들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메밀이 생산량이 많아 서민들이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고, 밀가루와 같은 경우는 궁중이나 매우 지체가 높으신 양반댁에서나 겨우 먹을 수 있는 식재료였다. 조선에서 밀가루는 매우 고오급 음식이었다, 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1900년대 초 동래의 파전은 쌀가루를 활용해서 전을 부쳐내고 있었고 조선의 다른 지역의 '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래파전을 먹으러 가기 전에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파전과는 매우 다른 식감과 맛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함께 방문한 나는 각자 1인 1파전을 주문하였고 거기에 2022년 주류대상을 수상한 '동래아들' 막걸리를 주문하여 함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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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 여행 한식 파전 해물 해물파전 동래파전 동래해물파전 부산동래 부산동래해물 부산동래파전 부산여행 부산맛집 부산파전 4.jpg 원조 동래파전은 초장을 찍어 먹는다


동래파전은 아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으며 생각보다 많이 흐물흐물해서 젓가락으로는 찢어지는 것은 잘 찢어지나 잡기는 쉽지 않다. 바삭바삭한 것은 아주 가장자리에서만 조금 느낄 수 있고 나머지는 촉촉하고 쫀득하며 흐물거린다. 그래서 동래파전은 젓가락으로 찢고 숟가락으로 퍼서 입에 넣어야 하는 파전인데 부드럽고 촉촉하며 쫀득하다, 반죽에 오직 쌀가루만이 아니라 찹쌀가루도 조금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고 유추해본다. 그 반죽에 조개, 소라, 굴, 새우를 비롯한 해물(오징어는 들어가지 않는다)이 잔뜩 아낌없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 쇠고기도 함께 들어가서 식감을 이룬다. 파전에 들어간 이 식재료들은 파전 속에서도 자신들의 식감을 잃지 않고 쫀득함과 쫄깃함을 부드럽고 촉촉한 반죽 사이로 선사하는 것과 바다맛을 그대로 전해준다는 것이 강점이다. 치아로 쉽게 씹히는 반죽 사이로 좀 더 단단한 식감을 전해주는 해물들과 쇠고기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이 반죽이 생각보다 고소하고 기름진 감칠맛을 품고 있어서 하나를 다 먹고 나서도 또 먹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게 만든다.


동래파전을 먹으러 간 사람들이 하나 더 놀라는 것은, 원조 동래파전은 간장에 찍어먹지 않는다. 원조 동래파전은 초장에 찍어먹는다. 금정선 기슭에서 재배한 동래의 쪽파로 파전을 만드는데, 이 쪽파들은 매철마다 내뿜는 맛과 향이 다르다. 그래서 이 쪽파들의 맛과 향을 파전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짠맛을 더해주는 간장이 아닌 약간의 새콤함과 상큼함을 더하는 초장을 곁들여 먹는데, 반죽-쪽파-해물-쇠고기-초장으로 이루어지는 맛에 거를 타선이 없다. 전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가셔서 1인 1파전을 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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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파전에 곁들여 마시기 위해 주문한 '동래아들' 막걸리이다. 도수는 6%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나 나처럼 술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반 병만으로도 알딸딸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기분이 금방 좋아지는 도수이다. 2022년 주류부문 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맛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하며 쓴맛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달달함과 상쾌함, 약간의 신맛과 청량함이 맛을 보충한다. 부산 동래의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지역 주류라서 어떤 맛일지 궁금하여 주문한 것이었는데 여태껏 먹어본 막걸리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막걸리였다. '동래아들'이라는 브랜드명을 붙이고 판매할만한 술이라고 생각했다. 파전을 한입 입에 넣고 이 막걸리를 한모금하면 촉촉하고 고소한 파전과 해물들 사이로 달큼하고 상쾌한 막걸리가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니 막걸리는 막걸리대로 몸안에 쭉쭉 빨려 들어가고 파전은 파전대로 손이 자주 가게 된다. 연태식 양꼬치 구이에 칭따오 맥주를 마시면 양꼬치를 무한대로 먹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파전에는 막걸리와 동동주가 최고인 걸까. 이 동래아들 막걸리도 꼭 주문해서 마셔보시길 바란다, 음주를 즐기시는 분들은 안 마시면 후회할 막걸리다. 술을 엄청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렇게 맛있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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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후식으로 나오는 찐한 호박식혜를 마시며 입가심을 하면 파전으로 시작한 동래파전의 끼니가 마무리가 된다. 동래파전은 동네에서 사 먹던 전집의 파전만큼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이 가격을 주고 파전을 먹는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전치고는 가격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수년 전부터 부산에 오면 꼭 먹고 가는 음식일 정도로 맛이 좋다. 촉촉하고 쫀득한 반죽에 푸짐한 해물에 아삭하고 신선한 쪽파의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냥 파전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강하게 남는 맛이라면, 그 파전은 훌륭한 파전이다. '부산'과 '동래'라는 지명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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