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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Oct 20. 2023

나로 살지 않으면 일어나는 일.

우리는 단언컨대 평등하다.

나는 평소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것을 인식 하지 못했을때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기질적으로도 민감한 편이지만 어렸을때부터 그렇게 자라 온 나는 모든이들의 입맛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간에 지켜야 할 기본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예의라는 가면을 쓰면 사람들이 날 좋아할거라고 굳게 믿었다. 근데 사회에 나가 관계를 맺다보니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더라.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저런 행동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지?

나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려 언제나 노력하고 나의 욕구보다는 상대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살피며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항상 최우선의 목표였고 그 조건에 나를 우겨넣는 일은 내 특기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기준은 너무나 많았고 그걸 따라가는 일은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지름길었다. 누구보다 사람들과 연결되고 진정한 소통을 바랐지만 가면을 쓴채로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노력하고 애쓸수록 나의 외로움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만 갔다.

이런 감정들은 어느새 내 내면에 차곡 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사람들과 관계 맺을때마다 내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을 ( 수치심, 무능함, 사랑받지 못함 등 ) 더 내 삶에 끌어당기며 내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험들이 반복됐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 주는 걸 보고 베알이 꼴리고 억울해지기도 했다. 이 억울함을 달래려고 그 사람을 미워하고 질투하고 따라하기를 반복했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관계를 회피해버리기도 했다. 이 관계를 피해서 저 관계를 맺어도 이 똑같은 패턴은 무한반복되어 나를 괴롭혔다. 나는 이렇게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데 왜 나는 저렇게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하는거야. 왜 내 곁에는 진실된 친밀한 관계가 없는거야. 나도 내 민낯을 드러내고 싶은 안전한 관계를 원한다고!!!!! 이렇게 울부짖기를 반복. 그러다 문득 내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올라왔다.

순서를 바꿔봐.
그냥 너로 살아봐.

너가 아닌 모습으로 살든

그냥 너로 살든 어차피 욕먹을거야.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널 좋아하고

너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널 싫어할거야

나를 잃으며 애쓰며 사나-

나를 지키며 나답게 사나-

내가 아닌 모습으로 관계를 맺다보면 내가 그토록 원하는 친밀하고 안전한 관계는 맺기 힘들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아 억지로 애쓰며 노력하는 관계는 슬프게도 유효기간이 정해져있다. 그리고 그 결과 더욱 깊어진 상처로 인해 저 사람도 분명 날 떠날거라고 여기며 더 꽁꽁 내 모습을 숨긴채 웅크리며 살아가게된다. 하지만 내가 정말 상대방과 연결되었다고 느낄때는 나의 모습 그대로 살 때 그리고 때로는 내가 정말 이 부분은 창피하다고 느끼는 걸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존재로서 만나는 뜨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부디 두려움을 넘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빛나는 별을 세상에 내비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생각만큼 그렇게 수치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며 이 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또한 중요한 것은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다고 해서 내 별의 가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하나의 별이 단독으로 있을 때 보다 각자의 빛을 내며 다함께 존재할때 그것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내가 진정으로 깨닫고 느끼는 날이 언젠가는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에는 나보다 능력좋고 예쁘고 돈많고 성격좋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딱 그 한가지의 기준으로 그 사람을 전부라고 평가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도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 누구나 다 잘하고 못하는게 있고 더 많이 가지고 덜 가진게 있다. 내 결핍이 너무 크다 보면 나만 너무 구멍이 크고 다른 사람들은 미세먼지 한 톨 들어갈 구멍조차 없이 매끈해 보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좀 시야를 확장해서 다각도로 사람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우리의 존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귀하고 빛나는 존재라는 것. 우리 모두는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우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 이것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 의식적으로라도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줘도 좋다. 나에게 필요한 말이지만 내가 많이 듣지 못한 말을 우리는 스스로에게 해줄 힘이 있기에.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한다.

나는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합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그 모습 그대로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