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는 오히려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나이다

by 이지영



'今臣 戰船 尙有十二(금신 전선 상유십이)',
왕도 포기한 싸움,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선조 임금에게 남긴
장계의 문장입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나이다."

'尙(상)'이라는 이 한자는
직역하면 '오히려'라는 뜻인데요.

불에 타 버린 무기들,
장수들이 도망가고 나니
남아있는 병사들마저 겁에 질려있었지만
오히려, 이순신 장군은
더욱 확실한 승리를 예감했던 것 같죠.

함께 있던 모두가
등을 돌려 떠나고
나조차도 웅크리고만 싶어 질 때
더 이상당해낼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느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었던,
마음의 근육.

인생의 고비 앞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가 나지 않을 때
나에게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최후의 수단으로 쓸,

너무나 연약하고도 사소한 그것이라 할지라도

마침내 찾아내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의 마음속
열 두척의 배는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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