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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Aug 17. 2021

5분짜리 위로





하루 고작 24시간인데 매 순간이 널을 뛴다. 그런 날들을 살아가는 게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새삼스럽다. 우리의 안녕이라는 것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안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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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은 나무를 자르다 손을 크게 다치셨고 어머님은 천장에 편백나무를 붙이고 싶으시고 큰아이는 시간과 시각을 배우다 울음을 터트리고 나는 사랑니를 빼서 입에서 계속 피맛이 돈다. 남편은 아버님과 병원을 전전하며 왕만두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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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작은아이는 한약국 간판을 읽고 저게 뭔지 물어보더니 그럼 길에 난 저런 풀도 약이 될 수 있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라고 공부한 선생님들이 약과 약 아닌 것을 안다고 했더니 그런 공부를 왜 하냐고 나는 안 할 거란다. 공부 안 하면 너 지금 이 젤리도 못 사먹어, 라고 나는 진짜 나 스스로도 맘에 안 드는 대꾸를 했는데 아니 누가 공부를 아예 안 한대? 그 공부를 안 한다고. 하며 질겅질겅 젤리를 먹었다. 7살 짜리의 천연덕스러운 대꾸가 귀여워 픽 웃었다. 벤치에 함께 앉아 있는 5분이 이 고단한 하루를 달래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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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아마 애초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지만 우리는  고단한 날들 속에 벤치에서 두런거리던  5분의 힘으로 버티는지도 모른다. 고작 5분짜리 행복이나 위로로 살아가는 날들이라니. 우리네 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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