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고작 24시간인데 매 순간이 널을 뛴다. 그런 날들을 살아가는 게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새삼스럽다. 우리의 안녕이라는 것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안녕일까.
아버님은 나무를 자르다 손을 크게 다치셨고 어머님은 천장에 편백나무를 붙이고 싶으시고 큰아이는 시간과 시각을 배우다 울음을 터트리고 나는 사랑니를 빼서 입에서 계속 피맛이 돈다. 남편은 아버님과 병원을 전전하며 왕만두를 먹었다.
그 와중에 작은아이는 한약국 간판을 읽고 저게 뭔지 물어보더니 그럼 길에 난 저런 풀도 약이 될 수 있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라고 공부한 선생님들이 약과 약 아닌 것을 안다고 했더니 그런 공부를 왜 하냐고 나는 안 할 거란다. 공부 안 하면 너 지금 이 젤리도 못 사먹어, 라고 나는 진짜 나 스스로도 맘에 안 드는 대꾸를 했는데 아니 누가 공부를 아예 안 한대? 그 공부를 안 한다고. 하며 질겅질겅 젤리를 먹었다. 7살 짜리의 천연덕스러운 대꾸가 귀여워 픽 웃었다. 벤치에 함께 앉아 있는 5분이 이 고단한 하루를 달래준 것 같았다.
그래도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아마 애초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지만 우리는 이 고단한 날들 속에 벤치에서 두런거리던 그 5분의 힘으로 버티는지도 모른다. 고작 5분짜리 행복이나 위로로 살아가는 날들이라니. 우리네 삶은 참.